중소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민간 협·단체장 선거가 잇따라 경선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단일 후보를 추대하거나 내부 합의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복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소벤처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주요 협·단체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군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는 기존 추대 방식보다 복수 후보 간 경쟁을 통해 차기 수장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체별 이해관계가 다양해지고 정책 대응, 예산 확보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선거에 돌입하는 곳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다. 협회는 오는 16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와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엑셀 대표가 맞붙는 2파전으로, 협회장 선출 역사상 첫 경선이다. 이사회에서 후보 1명을 선출한 뒤 연내 회원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두 후보는 초기투자 생태계 활성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협회 운영 방향에서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명 대표는 회원사 간 협력과 네트워킹 강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을 강조하고 있다. 홍 대표는 대형·중소형 액셀러레이터(AC) 간 상생과 공동펀드 조성, 초기투자 재원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노비즈협회 역시 경선 구도가 가시화됐다. 정광천 현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현 수석부회장인 강선영 쉬엔비 대표와 최종복 직스테크놀로지 대표가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가 차기 회장직에 도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이노비즈협회도 경선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계 최대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도 다자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김기문 현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강동한·박장선·심승일·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과 이민형 중부흄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5명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4명은 현직 부회장이며 이민형 이사장은 과거 부회장을 지낸 인사다.
중기중앙회는 차기 회장 선거일을 내년 2월 2일로 앞당기고 선거관리 사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등 선거 제도를 정비했다. 선거운동 기간도 기존보다 10일 확대했다. 아직 공식 후보 등록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복수 인사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거를 앞둔 물밑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다음 주 제주에서 열리는 중기중앙회 연례 최대 행사인 리더스포럼이 차기 회장 선거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업종별 단체장 등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후보군 간 지지 기반 확보를 위한 접촉과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거치며 공식 출마 선언과 후보 간 단일화 여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벤처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경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학균 현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 만료되는 가운데 앞선 회장 선거부터 경선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복수 후보가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와 모태펀드 확대, 민간 투자자금 유입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만큼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성경제단체에서도 경선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여성벤처협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모두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복수 후보가 경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군이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회장직을 염두에 둔 인사들의 물밑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한 협회 관계자는 “아직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며 “각종 행사 참석과 회원사 네트워킹, 대외 활동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