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스토쿠나스 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 아메리카스 사장은 '세미콘 웨스트 2026' 행사 막을 올리며 “이제 더 큰 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스콘 센터를 채운 전시 부스 1500개는 이미 완판됐고, 대기 기업은 120곳에 달했다. 세계 각국 수만명 인파가 전시장을 찾으며 통로가 붐볐다. 전시장을 둘러본 스톡코너스 사장은 “쇼 플로어에 진짜 활기가 있다. 이 산업이 이렇게 강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고 평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올해 1조560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1조달러 돌파를 예상보다 4년 앞당긴 결과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금보다 전력·공간·시간 등 물리적 제약이 주로 거론됐다. AI 수요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실리콘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철골 자재 수급과 전력 연결, 대형 팹 건설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토쿠나스 사장은 “이제 사람들이 이 산업이 얼마나 복잡한지 인식하고 있다.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더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전공정보다 후공정과 메모리 기술이 두드러졌다. 첨단 패키징·이종집적 서밋은 내내 만석이었고, 패널 레벨 패키징, 유리 기판, 무플럭스 열압착 본딩 장비가 주목받았다. 스톡코너스 사장은 “패키징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다. 2~3년 전만 해도 미래라고 했는데 이제는 여기 와 있다”고 했다. 메모리·스토리지는 올해 전체 매출의 50%를 넘을 전망이다.
AI를 설계·제조에 적용하는 움직임도 전면에 나왔다. 엔비디아는 분자동역학 가속 라이브러리를 공개했고, 시놉시스·램리서치·SK하이닉스의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도 언급됐다. 소프트웨어 기업 시크(SEEQ) 부스에서는 인텔과 협력해 엔지니어가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이상 징후를 잡고 에너지·가스를 최적화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존 벤커 인피콘(INFICON) 스마트 제조 담당 총괄(GM)은 “프론트엔드보다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이 병목이 되고 있다”며 AI 에이전트가 이상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인력 개발 파빌리온에서는 셰리 리스 SEMI 글로벌 인력개발 담당 부사장이 미국 내 4개 지역 허브(애리조나·텍사스·뉴욕·아이다호)를 중심으로 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향후 몇 년간 약 19만명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언급됐고, 인도·대만·일본 등과의 협력도 거론됐다. 리스 부사장은 “코로나 이후와 AI 성장으로 산업이 눈에 띄게 됐지만, 학생들이 반도체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칩이 없으면 AI도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SEMI는 내년 봄부터 세미콘 웨스트를 피닉스로 옮긴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전시장 공간 부족을 반영한 결정이다. 스토쿠나스 사장은 “피닉스에 300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이뤄지고 업계 인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참가자 증가를 기대했다.
그는 또 “단일 국가나 기업이 1000조 트랜지스터 시대의 복잡성을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룬 성과를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한 그는 “한국 리더십은 이 산업이 계속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미콘 웨스트는 '반도체 1조달러 돌파 시대'를 확인한 동시에, 그 이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현장에서 점검하는 자리였다.

샌프란시스코=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