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기계를 팔고 끝나지 않는다…중국 '서비스형 제조' 수익과 책임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설비 판매 이후의 계약·운영·데이터를 연결하는 제조업의 경쟁 방식

공장에 새 설비를 들여놓는 것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계는 설치됐지만 정비 인력이 부족하거나 부품 조달이 늦으면 생산라인은 멈춘다. 구매자는 장비를 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불량 없이 일정한 물량을 생산하는 능력이다. 설비갱신 정책이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장치라면, 그다음 질문은 누가 설비의 성능을 오래 유지하고 그 책임으로 돈을 버느냐는 것이다.

중국의 서비스형 제조(服务型制造)는 이 지점을 겨냥한다. 제조기업이 물건을 납품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설계, 설치, 운영, 정비, 개조와 회수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제조업을 서비스업으로 바꾸자는 뜻이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능력에 사용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더해 고객과 관계를 연장하는 전략이다. 경쟁 단위도 기계 한 대 가격에서 고객이 얻는 생산성과 총운영비로 바뀐다.

[테크 차이나] 기계를 팔고 끝나지 않는다…중국 '서비스형 제조' 수익과 책임
사후서비스가 아니라 계약 범위를 바꾼다

무료 수리 창구가 있다고 모두 서비스형 제조는 아니다. 통상적인 품질보증은 판매한 제품 하자를 책임지는 약속이다. 서비스형 제조는 고객 운영을 어떤 범위까지 맡고, 무엇을 성과로 측정하며,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받는지를 새로 정한다. 제조사가 유지보수만 맡을 수도 있고, 전체 설비 운영을 위탁받거나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을 수도 있다. 각 모델 소유권과 위험부담은 같지 않다.

이를 이해하려면 세 장부를 나눠 봐야 한다. 제품 장부에는 출고가격과 제조원가가 들어간다. 서비스 장부에는 인력, 부품, 원격관리와 현장 대응비용이 쌓인다. 책임 장부에는 고장, 생산중단, 안전사고와 성능 미달 부담이 기록된다. 서비스 매출이 늘어도 책임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이익은 줄어든다. 따라서 제품 판매액 대비 서비스 비중만으로 사업모델 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도 선택권이 필요하다. 설비 구입과 장기 서비스 계약을 무조건 묶으면 부품가격과 유지보수비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사용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할 수 있는지, 계약이 끝난 뒤 장비를 계속 운용할 수 있는지, 제3자 정비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서비스형 제조는 고객을 오래 확보하는 전략이지만, 고객이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계약과는 구분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모델을 정하고 지역은 산업에 붙인다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등 7개 기관은 2025년 9월 서비스형 제조 혁신발전 실행방안(深入推动服务型制造创新发展实施方案)을 마련해 10월 공개했다. 적용 기간은 2025~2028년이다. 전 수명주기 관리, 통합 솔루션, 원격 유지보수, 공유 제조 등을 육성하고 표준·인력·지식재산권·통계 기반을 함께 보완한다. 2028년까지 표준 20건, 선도 브랜드 50개, 혁신발전 거점 100곳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러 부처가 참여한 이유는 공장 안의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 운영계약에는 숙련 정비인력이 필요하고, 고객 데이터와 설계자료를 활용하려면 권리규칙이 있어야 한다. 수출장비에는 현지 서비스와 부품 통관이 붙는다. 제조와 서비스 매출을 구분할 통계도 필요하다. 중국은 제조기업의 사업 범위 확장을 산업정책과 인력·무역·표준 정책이 함께 다뤄야 할 문제로 본다.

지역정부 역할은 모든 업종에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작기계 집적지는 정밀가공과 정비, 광산장비 지역은 현장 운전과 소모품, 에너지 설비 지역은 장기 안전운전과 효율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 필요한 공동시설과 인력도 다르다. 정책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산업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실제 가치가 갈린다.

타이어를 파는 회사가 광산 운영에 들어가는 이유

하이안그룹(海安集团)은 제조와 운영을 연결하는 사례다. 이 회사는 대형 광산차량용 타이어를 제조·판매하면서 광산 현장 타이어 운영관리도 제공한다. 회사가 공개한 사업설명에 따르면 일부 계열사는 광산 타이어 비용을 약정하고 공급부터 운영관리까지 일괄 수행한다. 고객의 구매 대상이 타이어 한 개에서 타이어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로 넓어지는 것이다.

광산에서 타이어 한 개 고장은 차량 운행중단과 생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사는 사용 현장을 이해할수록 제품을 개선할 자료를 얻고, 고객은 교체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중단 비용을 함께 비교한다. 타이어 수명이 길어지고 교체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양쪽 모두 이익을 얻을 여지가 생긴다. 제조기술과 현장 서비스가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구조다.

반대로 운행조건이 바뀌거나 예상보다 교체가 잦아지면 약정한 서비스 대가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같은 제품이라도 노면, 적재량, 운전 습관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서비스 경쟁력은 계약을 많이 따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별 작업조건을 가격에 반영하고, 이상 징후를 빨리 발견해 손실을 줄이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데이터는 서비스 원료이자 협상 대상이다

서비스형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센서 개수보다 현장 정보 연결이다. 고장 이력, 가동시간, 부품 교체와 작업조건을 함께 봐야 정비 시점과 재고를 설계할 수 있다. 제조사는 설비 설계정보를, 고객은 실제 운전조건을 갖는다. 어느 한쪽 데이터만으로는 고장 원인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 데이터 공유 범위와 성과를 확인할 방법을 계약 앞단에서 정해야 한다.

싼이그룹(三一集团)은 해외 현장 엔지니어가 영상으로 장비 이상을 전달하고 원격 전문가가 진단과 수리를 지원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원격지원은 현장 정비인력 판단을 보완하지만 부품과 작업자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은 알림을 많이 보내는 데 아니라 고장 진단, 부품 공급, 현장 조치를 실제로 이어주는 데 있다.

테크노드(动点科技)가 2026년 10월 소개한 헤이후테크놀로지(黑湖科技)는 공정계획·견적·작업일정에 산업 인공지능(AI)을 적용한다. 회사 공개 제품 설명도 도면과 주문을 실제 공장 설비·공정·납기 조건에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제조기업 서비스 전환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이유는 AI라는 이름보다 견적 오류와 납기 지연을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새로운 의존도도 생긴다. 장비 공급자가 데이터와 진단 알고리즘을 독점하면 고객은 다른 정비업체를 쓰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고객이 모든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제조사는 성능을 보장할 근거를 잃는다. 장비 상태정보, 고객의 생산기밀, 개인을 식별하는 작업정보를 구분하고, 각 정보 사용목적과 보관기간을 정하는 것이 기술 도입만큼 중요하다.

판매대금과 서비스 현금흐름은 다르다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자금구조도 달라진다. 장비를 먼저 만들고 대금은 여러 해에 걸쳐 받는 계약에서는 제조사가 운영자금과 고객 신용위험을 부담한다. 정비인력과 부품창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 제품 판매 때 확보하던 현금이 줄어드는 대신 반복 매출을 기대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매출 총액뿐만 아니라 계약기간, 중도해지, 최소 구매량과 대금 회수조건을 봐야 한다.

성과연동 계약은 특히 기준선이 중요하다. 전력 사용량이 감소했더라도 생산량이나 원료가 바뀌었다면 제조사 서비스 성과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설비 예정 정비시간과 고객 운전 실수를 가동률 산식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도 합의해야 한다. 성능보증 범위가 무제한이면 제조사는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지고, 예외조항이 지나치면 고객은 서비스를 신뢰하지 못한다.

보험과 금융이 개입하더라도 기술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은 계약에서 정한 손실을 분담하고 금융은 현금 유입 시점을 조정한다. 장비 성능 부족이나 실제 수요 부재를 대신 해결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서비스형 제조를 육성한다며 장기계약 금액만 평가하면, 고객이 확정하지 않은 매출이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계약이 성과로 포장될 수 있다.

무엇을 공동화하고 무엇을 경쟁시킬 것인가

중국 정책을 읽을 때 공유 제조와 운영 위탁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유 제조는 여러 기업이 설계·가공·시험 등 자원을 공동으로 쓰도록 하는 방식이고, 운영 위탁은 특정 고객 설비나 공정을 계약에 따라 맡는 방식이다. 전자는 설비 활용률과 접근성이, 후자는 개별 고객 성능과 책임이 중심이다. 두 사업을 같은 플랫폼 매출로 합산하면 정책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흐려진다.

공공지원 경계는 여기서 정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험설비, 정비인력 교육과 표준화된 데이터 연결규격은 공동 기반에 가깝다. 반면에 특정 제조사 부품을 강제로 쓰게 하거나 고객 데이터를 독점하도록 돕는 것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할 것은 서비스기업 시장점유율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제조사가 참여할 수 있는 운영 조건이다.

지역 서비스 생태계는 완성품 제조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 정비업체, 부품 유통사, 설계사, 소프트웨어기업과 금융회사가 연결돼야 한다. 제조사가 모든 기능을 내부화하면 책임은 명확하지만 고정비가 커진다. 외부 파트너를 활용하면 범위는 넓어지지만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기 어렵다. 어느 기능을 직접 갖고 어떤 기능을 계약으로 묶을지가 성장전략 핵심이다.

해외시장에서는 고객 운영시간과 현지 안전규정도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 수출국 공장 야간 교대시간과 한국 본사 업무시간이 다르면 원격지원 응답체계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현장 작업에 필요한 안전교육, 고장 부품의 반출입, 교체 부품 재고와 작업기록도 서비스 일부다. 고객은 플랫폼 화면이 아니라 실제 생산이 복구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제조사를 평가한다.

제조기업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 영업은 수주액을 늘리려 하고 서비스팀은 과도한 성능보증을 피하려 한다. 설계팀은 표준제품을 선호하지만 고객은 맞춤형 개선을 요구한다. 장기계약 수익과 책임을 공동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판매부서가 따낸 계약 손실을 정비부서가 떠안는다. 서비스형 제조는 부서를 하나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제품 설계와 영업, 운영의 평가기준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책목표 달성과 기업 수익성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시범기업이 늘거나 서비스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발표만으로 생산성 개선을 단정할 수 없다. 같은 고객의 계약 갱신, 장기 수리비, 부품 회전율, 서비스 인력 이동시간처럼 작아 보이는 지표가 실제 사업 질을 보여준다. 서비스형 제조를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보려면 서비스 원가도 제조원가만큼 정밀하게 읽어야 한다.

한국은 수출 이후 책임을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장비기업은 납품 이후 서비스를 비용센터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첫 과제는 기존 고객 고장 빈도와 부품 사용량을 바탕으로 서비스 상품을 나누는 일이다. 정기 점검과 부품 공급, 고장 예측과 원격 대응, 가동률에 연계한 운영계약은 필요한 인력과 책임이 다르다. 처음부터 전체 운영을 맡기보다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시작하고, 현장 대응능력이 쌓이는 만큼 계약 범위를 넓히는 것이 현실적이다.

대기업은 협력사를 구매가격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초기 가격이 다소 높아도 장기 정지시간과 불량을 줄이면 총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구매·생산·재무 부서가 공동으로 생애주기 비용을 산정하고 서비스 성과를 검증해야 한다. 협력사에는 진단에 필요한 설비정보를 제공하되, 생산기밀 사용목적과 접근권한을 계약에 명시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제품 수출지원에 해외 정비인력, 공동 부품창고, 원격진단 실증과 서비스 계약 검토를 연결할 수 있다. 지원실적은 설치한 장비 대수보다 복구시간 단축, 반복계약 비율, 서비스 현금 회수로 평가하는 편이 낫다. 여러 중소 제조사가 개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서비스망은 업종별 공동거점으로 설계할 수 있다.

대학과 전문대는 장비·소프트웨어·계약을 함께 이해하는 현장인력을 길러야 한다. 스타트업은 모든 장비를 포괄하는 거대 플랫폼보다 특정 설비의 고장예측, 부품 최적화와 현장 지식을 디지털화하는 서비스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금융권은 이런 기업의 반복매출을 보되 고객 집중도와 장기 성능보증에 숨어 있는 손실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첫 실증에서는 같은 조건의 설비를 비교해 정지시간과 총정비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구매자의 운전조건, 제조사의 부품 재고, 장애 통보와 복구시간, 생산손실의 배상 범위도 함께 기록해야 한다. 이 자료가 쌓여야 서비스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다음 계약의 책임을 넓힐 수 있다.

중국이 서비스형 제조를 키우는 이유는 제품 경쟁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제조능력을 고객의 사용 과정까지 연장해 반복 매출과 현장 지식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국 제조기업은 다음 장비를 더 싸게 납품할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가동시간을 증명하고 그 책임까지 관리하는 사업을 만들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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