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폐배터리는 누가 확보하나…중국 '역공급망' 진짜 경쟁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회수책임·소유권·이력정보·원료 계약을 분리해 읽는 배터리 순환산업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과 폐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은 다른 사업이다. 새 배터리는 정해진 생산계획에 따라 출하되지만, 사용한 배터리는 차량 소유자, 정비업체, 교환서비스와 해체업체에 흩어져 있다. 어느 시점에 얼마나 나올지, 어떤 상태인지, 누가 처분할 권리를 가졌는지도 다르다. 재활용 산업 경쟁력은 금속을 잘 추출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이 흩어진 자원을 합법적이고 경제적으로 모으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중국 배터리 정책을 판매 이전 공급망만으로 읽으면 이 절반을 놓친다. 원료에서 배터리, 자동차, 소비자로 향하던 흐름이 사용 후에는 회수, 진단, 해체와 재생원료로 되돌아온다. 이 역공급망을 누가 조직하느냐가 제조사 책임과 재활용기업 가동률, 원료조달 안정성을 함께 결정한다. 폐배터리는 환경규제 대상이면서 동시에 다음 생산주기 자원이다.

[테크 차이나] 폐배터리는 누가 확보하나…중국 '역공급망' 진짜 경쟁
2026년 변화는 책임과 이동경로를 묶는 데 있다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등 6개 부처가 공동 제정한 신에너지차 폐구동배터리 회수·종합이용 관리 잠정방법(新能源汽车?旧动力电池回收和综合利用管理?行办法)은 2026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을 포괄하는 신에너지차 배터리가 대상이다. 2018년부터 운영해 온 회수와 이력관리 정책을 재정비해 생산·판매·정비·교체·해체·회수 흐름을 연결하고 관련 주체 의무와 행정책임을 구체화했다.

규정은 배터리기업과 완성차기업 판매·장착 관계에 따라 회수책임을 나눈다. 배터리기업은 자사가 생산·수입해 중국 내 판매·사용한 배터리에 회수의무를 지되 완성차기업에 공급한 경우는 제외한다. 완성차기업은 차량에 장착해 중국 내 판매·사용한 배터리에 책임을 진다. 회수서비스 거점도 배터리기업은 판매지역 성·자치구·직할시 단위, 완성차기업은 그 아래의 주요 도시인 지급시 단위에 판매량에 맞춰 설치하도록 했다. 완성차 고객 접점에 더 촘촘한 망을 요구하는 구조다.

이렇게 책임을 정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폐배터리를 내놓은 뒤 아무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신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은 기업이 사용 후 단계에도 역할을 맡도록 한다. 다만 생산자 책임이 곧 폐배터리 소유권을 무조건 제조사에 넘긴다는 뜻은 아니다. 법적 회수의무와 물건 매매·보관·운송 계약을 구분해야 비용과 분쟁이 보인다.

코드는 물량과 책임을 함께 추적한다

배터리 이력정보는 이 구조를 작동시키는 기본 장부다. 새 규정은 생산 또는 수입되는 배터리 셀, 모듈, 팩에 고유하고 정확한 식별코드를 붙이고 관련 정보를 보고하도록 한다. 생산자는 필요한 해체정보를 제공하고, 정비·해체·종합이용 기업은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조회한 기술정보 사용범위도 해당 배터리 해체업무로 제한한다.

규정은 제품 구성과 폐기·회수 정보를 담는 배터리 '디지털 신분증' 제도도 명시하고 세부 방법은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연결이다. 식별코드, 정보 보고, 실물 이동과 조회권한이 맞물려야 이력이 거래에 쓰일 수 있다. 플랫폼 존재만으로 전 생애주기 데이터 완전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배터리가 빠진 폐차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산업문제가 된다. 새 규정은 폐차하는 신에너지차에서 배터리가 누락된 경우 차량 결손으로 인정하고 세부방법을 따로 정하도록 했다. 자동차는 공식 경로로 폐차하면서 가치 있는 배터리만 별도 유통하는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방향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도 차량과 배터리가 분리돼 폐기되는 관리 공백을 주요 문제로 짚었다.

회수망과 재활용 공장은 서로 다른 자산이다

역공급망은 네 기능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판매·정비·해체 현장에서 물량을 모으는 회수, 화재와 누출 위험을 관리하는 보관·운송, 배터리 상태와 성분을 확인하는 진단, 해체·분쇄·분리·제련을 거쳐 원료를 얻는 재생처리다. 한 기업이 전부 수행할 수도 있지만 각 기능 전문성과 인허가, 비용은 다르다. 공장 규모가 크다고 회수망까지 강한 것은 아니다.

새 규정도 회수서비스 거점과 종합이용 기업을 구분한다. 종합이용 사업에는 투자 승인 또는 신고, 환경영향평가, 환경보호·안전시설, 배출허가 또는 배출등록 등 해당 절차가 필요하다. 법에 맞게 설립된 처리기업에 넘기는 것이 원칙이며 요건을 갖춘 생산자는 직접 처리할 수도 있다. 산업 육성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사업장 환경·안전 요건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방정부가 점검해야 할 것도 가동 가능한 처리설비와 실제 발생물량 관계다. 모든 도시가 대형 재활용 공장을 유치하면 원료 확보경쟁이 먼저 심해질 수 있다. 어떤 지역에는 회수·진단 거점이, 다른 지역에는 규모화된 처리시설이 더 적합하다. 배터리를 어디에서 많이 생산하는가와 폐배터리가 어디에서 많이 발생하는가는 같지 않다. 신규 투자계획은 판매·운행·정비 데이터를 함께 봐야 한다.

완성차와 재활용기업이 합작하는 이유

거린메이(格林美)는 재활용과 배터리 소재를 연결하는 기업이다. 광저우자동차그룹(广汽集团) 계열 에너지회사와 거린메이 측 배터리 회수기업은 2024년 합작사를 설립했다. 광저우자동차 계열사의 현재 사업소개는 합작 거점 기능으로 배터리 해체·분쇄, 습식 재생과 소재 복원을 제시한다. 처리기술을 가진 사업자와 차량·고객 접점을 가진 사업자가 결합하는 방식이다.

완성차기업은 판매·정비망과 고객 정보를 갖고, 재활용기업은 진단·해체·원료회수 능력을 갖는다. 합작이 의미를 가지려면 회수물량 약정, 가격산식, 안전책임과 재생원료 구매조건이 연결돼야 한다. 지분을 함께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적인 물량이 생기지는 않는다. 고객이 다른 회수처에 판매할 유인이 크다면 공식 회수망은 여전히 경쟁해야 한다.

여기서 과거 재사용 사업모델을 현재의 제도로 읽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2026년 7월 30일 폐배터리의 용도전환 재사용(梯次利用)에 관한 산업규범 조항을 폐지하고 관련 기업을 기존 공고명단에서 제외했다. 재생이용 기업명단은 유지했다. 공업정보화부는 새 관리규정 '종합이용'이 해체·분쇄·분리·제련을 통한 자원 회수를 뜻하며 용도전환 재사용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용한 배터리 모든 활용을 한 문장으로 금지했다는 뜻은 아니다. 폐배터리로 만든 전지제품에는 적용 분야 품질기준을 충족할 의무가 있고, 전기자전거 등 금지된 분야에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핵심은 '재사용'이라는 명칭이나 과거 기업명단이 안전성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은 용량을 평가하는 일과 새 용도의 제품 책임을 지는 일은 분리해야 한다.

원료가격이 오르면 회수기업도 무조건 이익일까

재활용기업 손익은 회수량에 원료가격을 곱한 값으로 끝나지 않는다. 폐배터리 매입가격, 수거·보관·운송, 해체, 처리수율과 폐기물 비용이 함께 움직인다. 금속가격이 상승하면 재생원료 판매가격이 오르지만 폐배터리 매입가격도 올라간다. 원료를 비싸게 확보한 뒤 가격이 하락하면 재고손실이 생긴다. 수거 물량 확대가 곧 수익성 개선이라는 해석은 위험하다.

화안증권(华安证券)의 2023년 분석이 탄산리튬 가격 반등과 회수산업 수익여건을 함께 살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익을 결정하는 것은 가격 방향만이 아니다. 매입과 판매 사이 시간, 회수 가능한 성분 비율, 계약에 정한 가격 조정주기가 함께 작동한다. 회수기업은 환경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원자재 가격위험도 관리해야 한다.

배터리 화학계열에 따라 경제성도 달라진다. 니켈·코발트를 포함한 배터리와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회수 가능한 원료와 공정구성이 다르다. 따라서 모든 폐배터리를 같은 톤당 가치로 평가할 수 없다. 회수를 의무화하더라도 경제성이 낮은 물량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정하지 않으면 가치가 높은 배터리만 선별될 수 있다. 자신의 회수책임에 속한 배터리를 거절할 수 없는 생산자와 수익성에 따라 매입하려는 처리기업 사이 정산구조가 중요해진다.

비공식 회수망과 경쟁도 단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적법한 시설은 환경·안전비용을 부담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자는 더 높은 매입가를 제시할 수 있다. 공식망 접근성, 정산 신속성, 상태평가 투명성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사용자가 가까운 곳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받고 안심하고 넘길 수 있어야 법적 책임과 실제 물량이 만난다.

데이터가 완성돼도 신뢰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회수플랫폼 병목은 정보 존재보다 검증이다. 동일 코드를 중복 사용하거나 배터리 실제 상태와 다른 정보를 입력하면 디지털 기록은 잘못된 실물을 추적하게 된다. 누가 정보를 입력했고 어떤 검사로 상태를 확인했는지, 정보수정과 실물 인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 디지털 신분증은 책임 장부이지 실물검사를 대신하는 도장이 아니다.

또 생산자 영업비밀과 처리자 안전정보 수요가 충돌할 수 있다. 해체기업에는 연결방식과 위험물 정보가 필요하지만 설계 전체를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어떤 자격을 가진 사업자에게 제공할지 정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너무 낮으면 안전한 해체가 어렵고, 너무 넓으면 제조사 기술자산이 불필요하게 노출된다.

국경을 넘으면 규칙은 더 복잡해진다. 중국에서 회수 가능한 배터리라고 한국으로 자유롭게 운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품·중고제품·폐기물 분류, 위험물 운송, 수입국 규칙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 회수사업에 참여할 때 현지 처리계약과 원료의 국경 간 이동계약을 같은 거래로 취급하면 안 되는 이유다. 먼저 적법한 처리와 이동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이 합병되거나 사업을 접을 때도 책임은 남는다. 규정은 분할·합병 후 배터리 또는 자동차 생산사업을 계속하는 기업이 회수책임을 맡도록 하고, 사업 종료 전에는 회수에 관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오래 사용하는 배터리에서는 판매시점 회사와 폐기시점 회사가 다를 수 있다. 인수계약과 사업철수 계획에서 회수의무를 빠뜨리면 자산은 이전돼도 사용 후 비용은 남는다.

계약에서는 매입량과 처리량도 나눠야 한다. 회수업체가 확보했다고 제시한 물량이 실제 입고됐는지, 안전상 보관만 가능한 물량인지, 공정에 투입돼 판매 가능한 원료가 됐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거래내역, 차량·배터리 코드, 계량기록과 재생원료 출하를 맞춰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통계 단위가 다르면 같은 배터리가 여러 단계에서 중복 집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성과도 공장 수와 투자계획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적법한 회수 비율, 정보와 실물의 일치, 안전사고, 실제 원료 회수량과 구매처를 함께 봐야 한다. 제조사에는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망이, 처리기업에는 예측 가능한 물량이, 사용자에게는 편리하고 투명한 반환경로가 있어야 한다. 이 세 조건이 만나야 회수의무가 산업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공장과 함께 물량·책임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 배터리기업과 완성차기업은 재활용 설비 투자 전에 판매·리스·교환계약과 정비망 회수조건부터 점검해야 한다. 중국에서 누가 법적 회수책임을 지는지 확인한 다음 실제 소유자와 매매·인도 조건을 맞춰야 한다. 책임이 있다고 배터리 소유권이나 회수물량이 자동으로 귀속되지는 않는다. 상태평가와 잔존가치 정산, 운송·사고책임 이전시점을 정하고 회수 의향서보다 실제 인도실적을 검증해야 한다.

정부는 생산자 책임, 회수서비스와 처리시설 역할을 연결하되 특정 기업의 독점 회수권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지자체는 재활용 공장 유치 건수보다 지역 배터리 발생물량, 공동 안전보관과 진단시설, 적법한 처리거점과 연결을 우선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최종 공정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기능을 나누고 이동정보를 이어야 한다.

금융권은 설비 명목 처리능력보다 장기 매입계약과 재생원료 구매처를 심사해야 한다. 최소 공급량, 배터리 상태에 따른 가격 조정, 운송 중 사고와 불순물 책임, 추적정보 누락 시 인수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공장 투자금이 있어도 원료 매입자금이 부족하면 가동률은 떨어진다. 재고 담보평가에는 성분·상태·가격변동을, 사업성 평가에는 화재나 환경사고로 인한 가동중단을 반영해야 한다.

대학은 잔존성능·성분·위험도를 함께 판정할 수 있는 평가기술과 해체 자동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은 그 기술을 정비업체의 인수검사나 회수사업자 입고검사에 연결하는 데 기회가 있다. 시험실 정확도뿐만 아니라 판정시간, 검사 과정 손상 여부와 진단비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완성차와 정비업체를 연구 초기 고객으로 참여시키면 기술개발과 현장 채택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실증도 수거한 배터리를 공장에 넣고 끝내기보다 인수부터 원료 판매까지 한 건 거래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상태에 따른 검사비, 운송·보관비, 실제 회수량과 판매대금을 대조하면 어떤 구간에서 가치가 사라지는지 드러난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기업은 매입조건을, 지자체는 공동시설 위치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중국 역공급망 정책은 폐배터리를 없애는 규정에 머물지 않는다. 책임과 정보를 원료 확보경로에 연결해 배터리 산업의 다음 생산주기를 조직하려는 시도다. 한국은 재활용 공장 처리능력을 먼저 늘릴 것인가, 아니면 그 공장에 들어올 배터리 물량·소유권·안전 책임부터 확보할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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