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기업을 빼앗지 않고 함께 키울 수 있나…중국 공동산업거점 배분 실험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행정구역을 넘는 연구개발·생산 배치와 비용·성과 정산의 조건

기업을 유치하는 지방정부의 익숙한 질문은 본사를 어디로 옮길 것인가다. 그러나 기업의 연구인력, 고객, 공장과 물류가 한 도시에 모두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인재가 모이는 대도시를 원하고 생산 부문은 부지와 전력, 공급업체가 있는 지역을 찾는다. 주소를 옮겨야만 지원하는 방식은 기업의 성장보다 지자체 간 실적 경쟁을 앞세울 수 있다.

중국의 지역 간 공동산업거점 모델(飞地经济)은 이 갈등을 다른 방식으로 풀려는 시도다. 행정구역이 다른 지역이 특정 공간과 플랫폼을 공동 개발·운영하고 이익을 나누는 구조다. 땅을 서로 교환하거나 행정구역을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 기업의 기능을 여러 지역에 배치하면서 각 지역이 기여한 비용과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지 정하는 협력모델이다.

핵심은 '한 도시가 기업을 얻으면 다른 도시는 잃는다'는 공식을 바꾸는 데 있다. 그러나 협약서에 공동발전이라는 문장을 넣는 것만으로 이 공식은 바뀌지 않는다. 실제 승부는 누가 투자하고, 누가 인허가를 처리하며, 수익과 손실을 어떻게 나누는지를 정하는 운영계약에서 갈린다.

[테크 차이나] 기업을 빼앗지 않고 함께 키울 수 있나…중국 공동산업거점 배분 실험
공장을 옮기는 모델에서 연구거점을 공유하는 모델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는 공동산업거점 모델을 서로 행정적으로 종속되지 않은 지역들이 자발적 협의를 통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공동 계획, 건설, 관리와 이익배분이 함께 있어야 한다. 2017년 관계부처의 지원지침 이후 여러 지역에서 산업단지와 협력구,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다.

초기 모델이 산업기반이 강한 지역의 기업과 운영경험을 다른 지역의 생산부지에 연결했다면, 역방향 공동거점(反向飞地)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인재와 연구개발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대도시에 연구소, 창업보육 또는 투자유치 거점을 두고 지역기업을 연결한다. 공장은 지역에 남아도 연구인력은 대도시에서 채용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방식은 대체관계가 아니다. 생산을 확장하려는 도시와 인재를 확보하려는 도시가 서로 다른 기능을 제공하면 함께 작동할 수 있다. 대도시의 연구실, 지역의 시제품 검증시설, 다른 도시의 공장과 고객을 연결하는 형태다. 지역정책이 기업의 전체 이전보다 기능별 분업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6년 푸젠성(福建省)이 공개한 제15차 5개년 발전계획도 산업형 공동거점과 연구개발형 공동거점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을 담았다. 연해지역의 자본·기술·경영역량과 내륙지역의 생산자원을 연결하고, 운영관리와 성과공유 체계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공동거점을 특정 공장 유치사업에서 장기적인 지역 협력 수단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연구개발과 생산을 잇는 두 도시

쑤저우·쑤첸 공동산업단지(苏州宿?工业园区)는 두 도시가 함께 만든 산업거점이다. 2026년 1월 신화일보(新华日报) 보도에 따르면 이 단지는 '연구개발은 쑤저우, 생산은 쑤첸'이라는 협력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9월에는 쑤저우의 국제과학기술단지 안에 연구·창업거점을 설치했다. 생산단지가 다시 연구개발이 밀집한 지역으로 접속한 사례다.

이 사례에서 봐야 할 것은 두 도시 사이의 거리보다 연결되는 기능이다. 연구팀이 대도시에 있는 대학·인재·투자자와 접촉하고, 검증된 기술과 기업이 생산부지와 산업인프라를 갖춘 지역에서 확장한다. 대도시는 기술과 서비스, 투자기회를 얻고 생산지역은 기업과 공정, 일자리를 확보하려 한다. 두 지역의 이익이 같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배분규칙이 중요하다.

운영계약에 담아야 할 다섯 가지 질문

공동산업거점의 운영계약에는 다섯 가지 질문이 담겨야 한다. 첫째는 누가 초기 개발비와 운영비를 부담하는가다. 부지 정비와 기반시설, 연구공간과 장비, 운영인력에 필요한 자금은 회수기간이 서로 다르다. 한 지역은 현금, 다른 지역은 공간과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같은 금액의 출자로 인정할지는 별도의 판단이다.

둘째는 운영권이다. 공동 운영회사나 관리기구가 기업유치와 입주심사, 시설관리, 연구서비스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직이 모든 행정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기업 등록, 환경·안전, 토지와 인허가는 해당 권한을 가진 기관이 처리해야 한다. 공동 운영회사의 서비스 약속과 행정기관의 법적 권한을 혼동하면 기업은 두 도시 사이에서 책임자를 찾기 어려워진다.

셋째는 운영자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보상하는가다. 기업을 몇 곳 데려왔는지에만 수수료를 지급하면 단기 주소 이전과 명목 투자계약이 늘어날 수 있다. 연구개발 과제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졌는지, 공장이 가동됐는지, 기존 지역기업과 거래했는지를 나눠 평가해야 한다. 운영자의 보수를 기업의 다음 성장단계와 연결해야 소개 중심의 유치사업을 넘어설 수 있다.

세수 배분은 세율을 마음대로 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넷째는 성과배분이다. 공동거점 정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세수 공유는 기업의 세율을 임의로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법정 납세와 지방재정에 귀속된 수입을 지역 간에 어떻게 정산할지를 구분해야 한다. 공동 투자회사의 배당, 산업서비스 수익, 재정 정산, 통계상 성과의 인정도 서로 다른 항목이다. 이를 '세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한 문장으로 일반화하면 제도를 잘못 읽게 된다.

배분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징수와 정산을 분리해야 한다. 랴오닝성(?宁省)이 2018년 말 내놓은 지침은 세금을 사업 소재지에서 징수·납부하되, 특정 세목의 시·현 귀속분을 협력지역끼리 정해진 기간에 나누도록 했다. 이는 지역 간 재정협력의 설계 사례다. 해당 문서의 배분비율과 기간을 오늘날 모든 공동거점에 적용되는 전국 공통규칙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산업통계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2017년 중앙 지침은 단지 소재지의 정부 통계부서를 공식 통계 작성 주체로 정하면서, 협력지역 간 지표 배분은 별도 목적의 내부 사용에 한정했다. 연구인력이 일하는 곳, 생산과 매출이 발생하는 곳, 공동사업의 기여를 나눠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쪽 지역이 성과를 평가하는 것과 같은 생산을 국가통계에 두 번 더하는 것은 다르다.

다섯째는 실패와 종료의 계약이다. 예상보다 입주가 늦어지거나 지방정부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누가 운영적자를 부담하는가. 공공시설과 지식재산권을 누가 인수하고 이미 약속한 기업 지원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공동사업의 성공 배분만 정하고 철수·분쟁·재평가 조건을 비워두면 협력은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흔들릴 수 있다.

기업에는 두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여야 한다

행정적으로 공동 운영하더라도 기업이 두 번 심사받고 두 곳에 보고한다면 비용이 줄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통합창구다. 기업이 연구공간, 시험장비, 인력 채용과 생산부지에 관한 계획을 한 번 설명하면, 운영기관이 각 지역의 절차와 담당자를 연결해야 한다. 원스톱이라는 홍보보다 실제 제출서류, 처리기간과 책임자가 명확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은 더욱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대학의 기존 기술, 공동 연구로 만든 성과, 생산공정에서 개선된 노하우를 구분해야 한다. 연구거점을 제공한 도시가 모든 특허의 현지 등록을 요구하거나 생산지역이 모든 성과의 독점사용을 원하면 기업의 확장성이 떨어진다. 지역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과 기술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사실은 별개의 계약이어야 한다.

금융 역시 연구개발과 생산의 위험을 나눠 설계할 수 있다. 초기 연구에는 지분투자와 개발지원이, 생산확장에는 설비금융과 운영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두 지역의 펀드가 같은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투자단계와 책임은 다르다. 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법인을 반복 설립하거나 자금을 우회시키지 않도록 사업실체와 자금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은 외국기업에도 의미가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연구인력과 생산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한 도시의 모든 조건이 완벽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공동거점을 통해 기능을 나눌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 제한, 기술·데이터 이동, 실제 계약 상대와 지방지원의 신청요건은 각각 확인해야 한다. 공동거점 간판이 법적 예외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병목은 공간의 거리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거리다

공동산업거점의 가장 큰 위험은 기존 기업유치 경쟁이 협력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연구거점이 결국 본사 이전을 요구하는 통로가 되거나, 생산단지가 대도시의 성숙한 기업을 단순히 옮겨오는 데 그칠 수 있다. 전국 차원의 추가 산업성과가 없는 사업이라면 한 지역의 성장이 다른 지역의 감소일 뿐이다. 공동거점은 이전한 주소보다 새로 만든 기능으로 평가해야 한다.

도시 간 역량격차도 남는다. 대도시가 가진 고객·인재·운영역량에 협력지역 기업이 실제로 접근하지 못하면 상대 지역은 부지와 재정만 부담할 수 있다. 반대로 생산지역이 충분한 인프라와 인허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연구거점의 기술도 공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공간을 연결하는 교통망만큼 운영팀과 실무 데이터의 연결이 중요하다.

부동산 개발이 연구개발을 앞서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입주수요와 산업기능을 확인하기 전에 연구동과 공장을 크게 지으면 공동거점은 공동 유휴시설이 될 수 있다. 첫 기업군과 기술수요, 공동장비의 이용계약이 확인된 뒤 공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편이 합리적이다. 협력의 규모보다 각 단계에서 위험을 누가 확인하고 중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성과를 나누는 기간도 기업의 투자기간과 맞춰야 한다. 연구거점은 몇 년 뒤에야 매출로 연결될 수 있고, 생산단지는 초기 기반시설 비용을 오래 회수한다. 첫해 유치실적을 기준으로 배분하면 장기 연구를 제공한 지역의 기여가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장래 성과를 과도하게 약속하면 현재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비용이 가려진다. 정기 재평가와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협력기업에는 계약 상대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 운영회사가 약속한 임대료 감면, 행정기관의 지원 결정, 투자펀드의 출자는 서로 다른 의사결정이다. 한 창구에서 안내받았다는 이유로 모두 확정된 지원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 실제 계약과 집행기관, 예산·심사 조건을 구분해야 공동거점의 편리함이 법적 불확실성으로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주소 이전보다 기능과 성과를 나눠야 한다

한국 정부가 참고할 지점은 중국의 행정권한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광역권 협력에서 투자·운영·성과·책임을 분리한 표준협약과 평가방식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방세와 재정 정산, 국가사업 성과의 인정은 현행 법령과 제도 안에서 검토해야 한다. 단순 협약으로 납세지나 재정권한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부터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한 기업의 본사를 유치하기보다 공동으로 해결할 산업문제를 먼저 정할 수 있다. 수도권은 고객과 연구인력, 지역은 실증시설과 생산거점을 제공하는 식이다. 공동사업에서는 각 지역이 어떤 자산을 내고 어떤 결과를 가져가는지 공개해야 한다. 고용, 시설 이용, 지역기업 거래와 연구성과를 구분해 평가하면 주소만 이전하는 사업을 줄일 수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의 분리가 실제 개발주기에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공동거점의 보조금보다 인력 이동시간, 고객과의 거리, 시험설비 접근성과 공급업체의 품질을 비교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는 대도시의 연구자원을 이용하면서 생산은 적합한 지역에 둘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지식재산권과 이전 의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대학은 분교나 연구소의 건물보다 기업이 반복해서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공동장비, 교수·학생의 현장 프로젝트, 인력 재교육을 운영계약에 넣을 수 있다. 금융권은 두 지자체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안전하게 보지 말고, 실제 운영수익과 투자비 회수, 보증의 법적 범위를 따져야 한다.

한국에서 공동거점을 설계한다면 세 가지 장부를 나눠야 한다. 세금은 법정 귀속과 정산 가능 범위를 따르고, 운영회사의 수익은 출자·서비스 계약에 따라 배분하며, 고용과 연구개발 성과는 실제 발생지와 공동기여를 별도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협약만으로 과세권이나 통계 귀속을 임의로 옮길 수는 없다.

첫 시범은 대규모 부지 개발보다 기존 시설을 연결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대도시의 연구인력, 비수도권의 시험설비, 생산기업의 주문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고 공동 운영비와 서비스 단가, 이용권, 성과평가를 먼저 정한다. 기업은 주소 이전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을 이용했다는 증빙으로 지원받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공동거점의 계약은 좋은 관계를 기록하는 문서가 아니라 관계가 나빠져도 사업이 작동하게 만드는 장치다. 중국의 실험은 산업이 행정구역을 넘어 움직일 때 지역정책도 비용과 권한, 성과의 배분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지역산업 정책은 기업의 주소를 서로 가져오는 경쟁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기능과 성과를 나누는 공동사업 계약으로 발전할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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