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新성장엔진]5극3특, 韓 경제심장 다시 뛴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와 '지방 소멸'이라는 양극화의 악순환 속에서 국가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방 부활을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고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의 낡은 하향식(Top-Down) 분절적 지원 한계를 넘어, 5개 대도시권과 3개 특별자치도 단위로 경계를 넓히고 권역별로 자생력을 갖춘 '규모의 경제'를 실현다는 구상이다.

단순 시혜성 지원을 뛰어넘어 각 지역의 DNA에 맞춰 '자생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25개 첨단 성장엔진 산업지도부터 부처 칸막이를 허문 파격적인 7대 정책 패키지, 글로벌 앵커기업 유치를 위한 강력한 특별보조금 인센티브까지. 대한민국 경제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의 면면과 성공 조건, 남겨진 과제를 연속 기획으로 짚어본다.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왼쪽)·하행선 위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왼쪽)·하행선 위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멈춰서는 국가 성장판…청년 떠나고 지방 소멸 가속

'수도권 일극주의'가 낳은 구조적 병폐는 이제 단순한 인구 집중을 넘어 국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인구의 50.8%가 국토의 불과 11.8%인 수도권에 몰려있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일본 도쿄권은 약 30%, 프랑스 일드프랑스(파리권)는 19%, 영국 런던권은 14%에 불과하다.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매년 5만6000명씩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한다. 반면 비수도권은 빈집과 폐교가 속출하는 소멸의 늪에 빠졌다.

산업과 경제 지표의 쏠림 현상은 더 심각하다. 국내 500대 기업 본사의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미래를 담보할 디지털 기술 기업의 76.5%,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74.2%가 수도권이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자원과 자본이 특정 지역에만 과밀화되는 국토 공간의 극단적인 비효율은 결국 국가 전체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도권은 가구당 평균 자산이 비수도권 대비 1.6배 높고 아파트 중위가격 격차는 2.6배까지 벌어지는 등 폭등하는 비용과 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혁신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쇠락하는 양극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의 성장은 단순한 '지역 안배'나 '시혜적 지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무너진 국가 성장 동력을 복원하고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만 하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생존 과제다.

5극3특 성장엔진. 산업부 제공
5극3특 성장엔진. 산업부 제공

◇칸막이 행정 넘어선 '규모의 경제'…지방이 국가 성장 주역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다. 이번 전략이 그동안 발표됐던 수많은 균형발전 대책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는 과거 정부 정책이 가졌던 근본적인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의 균형발전은 지방을 불균형 성장의 '피해자' 혹은 형평성 차원에서 배려해야 할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중앙부처가 일률적인 기준을 세워 하향식(Top-Down)으로 예산과 사업을 쪼개어 내려보내는 수직적 구조였다. 17개 시·도라는 좁은 행정구역 안에 갇힌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지원 탓에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부처별로 흩어져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되던 과제들은 지역 현장에서 겉돌기 일쑤였다.

새로운 5극3특 전략은 이 낡은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방은 더 이상 중앙의 지원을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주역으로 격상됐다. 17개 시·도 단위의 단절된 선을 지우고, 5개 초광역 경제권(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라권, 부산울산경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강원, 전북, 제주) 단위로 국토 공간의 경계를 대폭 확장했다. 시·도의 경계를 넘어 인구, 기업, R&D, 교통망을 패키지화해 자생 가능한 혁신 임계점을 돌파한다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1일 충남 아산 하나마이크론 본사에서 반도체 후공정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10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1조원 규모 '데카코어 프로젝트'와 제조 중견기업 AI 전환 지원 등을 담은 '제3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1일 충남 아산 하나마이크론 본사에서 반도체 후공정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10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1조원 규모 '데카코어 프로젝트'와 제조 중견기업 AI 전환 지원 등을 담은 '제3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 제공

◇부울경 AIDC부터 호남 AI·에너지까지…자생적 생태계 시동

핵심 동력은 바로 각 권역의 먹거리를 책임질 '성장엔진' 산업의 발굴이다. 중앙이 책상머리에서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지역의 고유한 기반 수요와 자율성에 부합하는 상향식(Bottom-Up) 성장 모델을 전면 채택했다. 성장엔진 선정의 대원칙은 국가 전체의 첨단 산업 전략과 권역별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융합하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의 분산을 막기 위해 권역 간 업종을 철저히 차별화하거나 동일 업종 내에서도 세부 분야를 특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무엇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해 5극3특 권역별로 총 25개 안팎의 핵심 성장엔진을 선정했다.

이러한 '25개 성장엔진 산업지도'의 선도 프로젝트 윤곽은 이미 현장에서 구체화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동남권(부울경)은 SK, AWS 등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고성능 컴퓨팅을 지원하는 '제조 AI 데이터센터(AIDC)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조선·방산·자동차 산업의 몸통을 첨단화한다. 서남권(광주·전남)은 한국전력, NHN클라우드 등 앵커기업과 지역 대학의 역량을 총결집해 'AI·에너지 융합 산업' 분야의 대전환을 시도한다. 충청권(중부권)은 대전·세종·청주라는 대도시권을 거점으로 천안, 서산, 충주를 잇는 거대한 첨단 바이오·소부장 클러스터를 형성해 완결성 있는 산업벨트를 조성한다.

이처럼 각 권역의 차별화된 DNA와 앵커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하나로 결합된 '성장엔진 산업지도'가 제 궤도에 오르면, 지역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생적 혁신 생태계가 전국 곳곳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구상이자 판단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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