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발열을 줄일 차세대 기술 'iHBM' 적용·생산 대응을 위해 공급망과 협의에 착수했다. 치열해진 HBM 시장 경쟁 속에서 한발 앞서 인공지능(AI) 메모리 주도권을 지키려는 승부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iHBM 기술 고도화와 생산 준비를 위해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와 접촉했다. HBM 발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iHBM의 실제 제품 적용과 양산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밝은 SK하이닉스 협력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iHBM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소부장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며 “실제 양산 가능성 등을 점검하며 사업화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HBM은 SK하이닉스가 지난 5월 공개한 기술이다. HBM 가장 밑단에 있는 베이스다이 위에 일체형 냉각 요소 '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를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발열은 HBM 최대 기술 난제다. 현재 HBM은 베이스다이와 D램이 적층된 코어다이가 맞닿아 있다. 베이스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연결 구간(D2D 파이)이 포함돼 있는데, 데이터 연산량과 HBM 적층 단수가 많아질수록 발열이 심해진다. 이 열은 코어다이를 거쳐 방출되기 때문에 열 제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AI 인프라 성능을 높이는 데 최대 걸림돌 중 하나다.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면 전력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성능 저하나 시스템 오류, 수명 단축도 불러올 수 있다. HBM 제조사들이 발열 제어에 집중하는 이유다.
iHBM은 베이스다이의 통신 연결 구간 부분에 열 제어 소자(ICE)를 넣어 열이 빠질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열 저항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SK하이닉스 측은 설명했다. 고온·고부하 환경에서도 HBM을 안정적 구동, AI 인프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iHBM은 SK하이닉스가 이미 도입한 어드밴스드 MR-MUF(HBM 칩을 쌓고 틈을 한 번에 메우는 비법 공정) 기반 웨이퍼레벨패키징(WLP) 공정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기존 HBM과 유사한 소부장 공급망 체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공급망과 함께 iHBM 성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공급망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5부터 iHBM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SK하이닉스 HBM5 로드맵 상 2029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현재 TSMC 첨단 패키징 기술인 CoWoS를 활용, HBM5를 검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HBM 기술 고도화와 생산능력 강화로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시장에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