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후보까지 올랐는데…AI 집필 의혹에 출판사도 손절

텔리송 오렐리앵(38). 사진=AFP 연합뉴스
텔리송 오렐리앵(38). 사진=AFP 연합뉴스

캐나다 출판사가 인공지능(AI)으로 소설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38)과의 계약 관계를 정리했다. 자체 조사에서 AI 사용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다.

오렐리앵의 데뷔작은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포함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AI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쿠르상 후보 명단에서 빠졌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캐나다 출판사 보레알은 오렐리앵의 장편소설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C'etait ca ou mourir)의 제작 과정에서 AI가 사용됐다는 추가 자료를 확보했다며 작가와의 협력을 끝내기로 했다.

보레알은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관련 의혹을 부정하는 작가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후속 검증을 벌인 끝에 새로운 단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작품의 초고와 작업 자료를 모아 외부 전문기관에 검토를 맡겼다. 분석 과정에서 일부 파일의 메타데이터에 AI 사용과 관련된 기록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기술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출판사 측은 이 부분을 명확히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레알은 그동안 작가와 함께 의혹을 해소할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결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오렐리앵이 더 이상의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엑스(X)의 한 이용자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이용자는 AI 작성 여부를 판별하는 프로그램 '팬그램'으로 소설을 검사한 결과, AI가 생성한 문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100%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오렐리앵은 그동안 AI를 이용해 작품을 썼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그는 2017년 말부터 원고 작업에 착수했으며,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인 2019년에는 300쪽이 넘는 초고를 완성했다고 해명했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장 스타일에 대해서도 아이티와 카리브해 지역의 문학적 전통에 뿌리를 둔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에서 태어난 오렐리앵은 2010년 대지진 이후 캐나다로 이주해 활동해왔다. 이민을 핵심 소재로 다룬 첫 장편소설이 주목받으면서 문단의 기대를 모았다.

해당 작품은 공쿠르상뿐 아니라 페미나상, 르노도상, 메디시스상 등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 후보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얻어 20여 개국에서 번역본 출간이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AI 사용 의혹이 제기된 뒤 공쿠르상 후보에서 제외된 데 이어 출판사와의 계약 관계까지 종료되면서 작가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오렐리앵에게 입장을 요청했으나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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