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를 맞아 추도식과 추모음악회 등 기념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반도체와 전자 산업 중흥 기틀을 마련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삼성은 기일(25일)을 이틀 앞둔 23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이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을 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세 자녀가 모두 참석한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식은 별도 공식 행사 없이 참배 중심으로 조용히 치러진다. 이 회장과 사장단은 참배 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창조관은 신입사원 교육 시설이자 선대회장의 흉상이 세워진 곳이다. 이 회장은 매년 추도식 뒤 이곳에서 사장단과 고인의 경영 철학을 되새겨 왔다. 이 회장이 경영진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8일에는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추모 음악회를 열고 6주기 추모 행사를 마무리한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6년, 고인이 반세기 전 뿌린 반도체의 씨앗은 '세계 1위' 실적으로 돌아왔다. 생전 품었던 나눔의 뜻은 미술관과 어린이병원, 시각장애인 일상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올해 6주기는 남다른 무게를 지닌다. 고인이 양보다 질을 앞세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3년이 됐고, 같은 해 세운 안내견학교도 33주년을 맞았다. 무엇보다 고인이 기틀을 닦은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이익 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고인의 혜안이 세상을 떠난 지 6년 만에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사재를 들여 부도 위기의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했다. 기술도 자본도 부족하던 시절, 주변의 만류에도 반도체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본 결단이었다. 이후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 인재 확보가 이어졌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해 분기 영업이익 기준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기업인의 결단이 국가 핵심 산업과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초석이 된 것이다.
나눔의 유산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유족은 2021년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2021~2024년 국내 순회전 35회에 350만명이 다녀갔고, 이 가운데 26회는 서울·수도권 밖에서 열렸다. 한 사람의 수집이 지역과 세대를 넘어 모두가 누리는 문화 자산이 된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은 이달 1일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개막했다. 국보·보물을 포함한 한국 미술품 100여점을 내년 1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영국박물관이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연 것은 1984년 이후 42년 만이다. 앞서 열린 미국 워싱턴DC·시카고 전시에는 19만5000여명이 몰렸다. K팝과 드라마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세계인이 한국 미술의 깊이까지 접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1조원 규모 의료 기부는 아이들의 내일로 이어지고 있다. 유족이 서울대병원에 기부한 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까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2만8000여명이 지원을 받았다. 백혈병 환아의 정밀검사, 근이영양증 환아의 어깨 보조기 지원 등 치료와 일상 회복을 함께 돕는다.
환자 수가 적어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에 장기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감염병 대응에는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으로 짓는 150병상 규모 중앙감염병병원은 지난 9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과 함께 서울시 건축·경관 통합 심의를 통과했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로 시작한 안내견 사업은 올해 8월까지 320마리를 시각장애인에게 무상 분양했다. 고인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사회 복지를 완성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자 문화적 마인드라고 적었다. 그 뜻대로 퍼피워킹과 은퇴견 돌봄에 시민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시민의 실천으로 확산된 것이다.
재계의 시선은 27일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 이재용 회장 메시지에 쏠린다. 이 회장은 2022년 추도식 직후 사장단에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한 바 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고인의 신경영 정신을 잇는 새로운 방향 제시가 나올지 주목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