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사이트에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에 해킹 비상등이 켜졌다. 주요국은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에 대비해 긴급 패치를 권고하거나 웹사이트 일시 중단까지 감행했다.
국내에서 취약 PHP 버전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호스트는 1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우리 정부도 민관 합동으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신속 패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캘리프, 위즈 등 글로벌 사이버 업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0년 넘게 확인되지 않았던 PHP 결함을 찾아낸 가운데, 이를 악용한 해커들의 공격 시도까지 포착되면서 각국 정부와 보안 업체들이 긴급 대응초치를 취했다.
PHP는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 관리자 페이지 등 다양한 웹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웹 기술 분석업체 W3테크에 따르면 서버 측 프로그래밍 언어를 식별할 수 있는 웹사이트의 약 75%가 PHP를 사용한다. 전체 웹사이트의 약 43%가 사용하는 워드프레스도 PHP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번에 보고된 취약점 2건은 공격자가 아이디·비밀번호 없이 인터넷을 통해 특수 조작 요청을 보내는 방식으로 서버에 원하는 명령을 실행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 공격에 성공하면 해커가 서버에 원격조종 파일(Webshell)을 몰래 설치하거나, 고객 정보 유출, 홈페이지 변조·마비 등 중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취약점 2건의 위험도는 국제 공통 취약점 평가체계(CVSS) 기준 각각 9.2점으로, 최고 위험 등급인 '치명적'에 해당한다.
세계 각국은 즉각 대응했다. 미국 정부는 신속한 보안 업데이트가 어렵다면 해당 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유럽연합(EU)도 공동 경고를 발표했으며, 독일·프랑스·네덜란드·핀란드 등에서는 일부 공공부문 웹사이트를 예방 차원에서 일시 중단했다.
우리나라도 민관에서 기민하게 대응했다.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 TIP'에 따르면 취약한 PHP 버전을 사용하는 호스트 중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개수는 11만2183개로 글로벌 전체 호스트 가운데 4.35%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54만8420개, 21.27%), 중국(23만5906개, 9.15%), 독일(19만3470개, 7.50%), 일본(15만1039개, 5.86%), 프랑스(12만1706개, 4.72%)에 이어 여섯 번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오후 12시부로 대규모 해킹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민간에서는 호스팅 업체 카페24가 공식 패치 공개 전인 21일 오전 11시 30분부터 PHP 5.4 이상 서버에 임시 방어 조치를 시행했다. 오후에는 추가 보안 설정을 적용하고 공식 패치를 순차 적용했다. 또 다른 호스팅 업체 가비아도 22일 0시부터 긴급 보안 패치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 공공은 대부분이 자바(Java) 기반의 '전자정부 표준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어 PHP 취약점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 행정안전부 설명이다. 그럼에도 잠재적 위협에 노출된 정보기술(IT) 자산이 많은 만큼 보안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체 보안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장기간 관리되지 않은 홈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PHP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구형 버전 업그레이드와 취약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승권 KISA 취약점관리센터장은 “기업과 공공기관 등 PHP를 사용하는 모든 곳은 사용 중인 버전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기관이 취약점을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