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⑧]리필리, 쌀·세제 종이팩 개발…제조 현장 공급 확대

바닥 접합부 보강한 'S-Bottom' 구조로 내용물 무게 대응
라이스프라자와 설비 임대 협업…새 사업 모델 추진
경기도 기후테크 육성사업 참여, 키틴계 기능성 코팅 기술 연구
회수·재활용 기업과 연계해 사용 후 자원순환 추진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김재원 리필리 대표.
김재원 리필리 대표.

종이팩은 우유와 주스를 담는 데 주로 쓰이지만, 리필리(대표 김재원)는 쌀과 세제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내용물에 맞춰 종이팩 소재와 접합 구조를 설계하고, 제조사 공장에 생산설비를 설치해 전용 소재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리필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팩으로 대체하려는 포장 솔루션 기업이다. 김재원 대표는 분리배출 때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용기를 보며 소비자가 다른 포장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에 주목했다. 제조사가 가격과 생산성, 유통 조건을 맞추면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종이팩의 용도를 생활용품과 농산물로 넓히기 시작했다.

우유팩 넘어 세제·곡물까지…내용물별 종이팩 설계

우유를 담는 종이팩을 세제나 곡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세제용 포장재는 내용물의 성분을 견뎌야 하고, 곡물용은 유통·보관 과정에서 습기와 외부 충격을 막아야 한다.

리필리는 원지와 내용물을 보호하는 차단층의 구성·비율을 품목별로 설계하고, 내용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바닥 접합부를 보강한 'S-Bottom' 구조도 개발했다. 소재와 팩 구조를 함께 바꿔 종이팩에 담을 수 있는 품목을 늘리는 방식이다.

생산설비에는 초음파 접합 기술을 적용해 접합 안정성과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조사가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팩으로 바꾸려면 소재와 구조뿐 아니라 생산 공정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리필리는 세제·화장품 등 생활용품에 이어 쌀과 곡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자체 브랜드 '로컬스톡'으로 종이팩에 담은 농산물을 판매하며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제조사에는 실제 유통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라이스프라자와 협업…설비 임대·소재 공급 추진

리필리는 종이팩 납품에 더해 제조사 공장에 생산설비를 설치하고 전용 소재를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 가공기업 라이스프라자와 이 모델에 따른 협업을 시작했으며, 비닐·플라스틱으로 포장하던 농산물 소분 제품을 종이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리필리는 라이스프라자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생수·오일류 등 식품과 화장품·생활용품 분야에도 이 모델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브라질·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UAE) 기업들과 같은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리필리 기술이 적용된 제품 모습.
리필리 기술이 적용된 제품 모습.
종이팩 재활용, 회수 체계 확보가 관건

리필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팩으로 바꾸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도 플라스틱 용기 대비 약 70%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다만 감축 폭은 비교 대상인 용기의 종류와 포장재 구성, 제조·운송·회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용한 종이팩에서 종이섬유를 회수해 화장지나 종이타월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종이팩을 분리배출·수거한 뒤 실제 재활용 공장까지 전달해야 가능하다. 일반팩과 멸균팩은 소재 구성이 달라 수거·선별 과정에서도 구분이 필요하다. 리필리는 향후 회수·재활용 기업과 협력해 제품 사용 이후까지 이어지는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기 육성사업 참여…기능성 코팅 연구

리필리는 종이팩에 담을 수 있는 제품을 늘리려면 내용물의 보관 안정성과 포장재의 내구성·차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보고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했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점 과제는 키틴계 고분자 소재를 종이팩 안쪽에 적용하는 기능성 코팅 기술이다. 리필리는 항균성과 내화학성을 높여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성능 검증을 거쳐 적용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재원 대표는 “제품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패키징 시장 전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리필리의 종이팩 생산 인프라를 더 많은 제조 현장에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리필리가 설비와 소재를 함께 공급해 각 국가에 종이팩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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