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평균 8875걸음만 걸어도 집중력과 판단력 등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1만보를 채우지 않더라도 꾸준히 걷는 습관이 인지 능력과 긍정적인 연관성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를 인용해 하루 평균 약 8875보를 걷는 사람들은 5000보가량 걷는 사람들보다 여러 인지 기능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성인 18~93세 3093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핏비트 등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일일 걸음 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의료 기록을 바탕으로 혈압도 확인했다.
이후 연구진은 하루 평균 걸음 수에 따라 참가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저활동군은 하루 평균 5108보, 중간 활동군은 8875보, 고활동군은 1만4161보를 걷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가자들은 컴퓨터 기반 검사를 통해 다양한 인지 능력을 평가받았다. 검사 항목에는 특정 과제에 주의를 유지하는 능력, 주변의 방해 요소를 걸러내고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능력,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하는 자기통제 능력 등이 포함됐다. 다른 사람의 표정과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사회적 감정 인식 능력도 평가 대상이었다.
분석 결과, 평소 걸음 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주의력과 집중력, 자기통제력 등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하루 평균 8875보를 걷는 집단은 약 5108보를 걷는 집단보다 인지 기능 평가 결과가 우수했다.
특히 하루 1만4000보 이상을 걷는 고활동군뿐 아니라 8000보대의 중간 활동군에서도 인지 기능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드시 하루 1만보 이상을 걸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하루 걸음 수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인지 기능 점수도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걷는 양을 조금씩 늘리는 것만으로도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걷기와 뇌 기능 사이의 연관성은 신체 활동에 따른 혈류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운동은 뇌로 향하는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여러 인지 기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걸음 수가 많다고 혈압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이 참가자들의 혈압을 비교한 결과, 일일 활동량에 따른 집단별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걷기와 인지 능력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걷기가 뇌 기능 향상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습관과 수면 상태, 비만 여부 등 연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다른 생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일상적인 신체 활동과 인지 건강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특정 걸음 수를 달성하는 것만으로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