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5월

[데스크라인]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5월

5월은 '이벤트'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부부의날과 성년의날까지 몰려 있다. 근로자의날과 발명의날처럼 가족, 지인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기념일도 있다. 여기에 석탄일까지 감안하면 왜 5월에 다 모여 있나 싶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부터는 5월에 또 하나 상징 이벤트가 추가됐다. 새 정부 출범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 의해 출범하는 정부는 매번 2월을 임기 시작점으로 삼았다. 1987년부터 12월 대선, 이듬해 2월 대통령 취임과 새 정부 출범이 5년 주기로 반복됐다.

지난해 일어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일정표가 바뀌었다. 5월이 새 정부 스타트라인이 됐다. 현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 시나리오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다음 대통령 이전까지는 5월이 가장 중요한 달이다.

5월이 새 정부 출발점이 됐다는 것은 매년 이맘때면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구상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월은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달이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 나라 정상으로서 두 번째로 접하는 5월이다.

문 대통령 첫 번째 5월은 말 그대로 격변의 시기였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탄핵 후 이어진 대선, 곧바로 뒤따른 대통령 취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준비되지 않기로는 정부도, 국민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급가동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 과제를 도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과제를 정권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였다.

급했기 때문일까, 애초 현장 상황보다는 공약 이행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탓일까. 모든 일에 부작용이 뒤따랐다.

60~70년 이후를 내다본 성급한 탈원전 선언은 시작부터 반발에 부닥쳤다. 우여곡절 끝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지만 원전 생태계는 위기에 처했다. 국내에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에는 우리 원전 안전을 강조하며 수출을 추진하는 어정쩡한 구조가 지속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취지에 어긋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정책으로 다가왔다. 속도 조절과 유연성이 아쉬웠다. '일자리 대통령론'은 구호 수준을 넘지 못했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교육과 부동산 정책은 시작은 요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은 인내심을 발휘해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내내 '산업·기업 홀대론'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두 번째 5월은 이렇게 시작됐다. 1년 전 첫 번째 5월이 화려한 축포 속에 막을 올렸다면 두 번째 5월은 치열한 고민으로 맞아야 한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성과는 놀랍지만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없다.

모든 정책에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해결될 일이다. 한쪽이 아닌 여러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혁신 성장도 뒤따라온다. 2018년 5월과 2019년 5월에 이어 내년에 맞을 세 번째 5월은 또 다르기를 기대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