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 수]<1>CEO는 IT를 잘 알아야한다(1)

임기중 원 없이 일하고, 임기가 끝나면 한 없이 떠나려면

[이강태의 IT경영 한 수]<1>CEO는 IT를 잘 알아야한다(1)

21세기 기업 경영에서는 IT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IBM·삼성테스코 등을 거친 IT 전문가로 하나SK카드·비씨카드 대표를 맡아 IT·금융 융합의 최전선에서 큰 행보를 보였던 이강태 CIO포럼 회장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 여러분께 지혜와 해법을 전합니다. 칼럼은 매주 월·수요일 주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IT를 안다는 것은 자기 회사의 업무 흐름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경영자는 안으로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전략을 실행해서 목표한 경영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밖으로는 고객·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의 존재 이유,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이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영자는 업무를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직원들로부터 대리나 과장 같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세밀하게 알아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외부와의 업무는 잘하겠지만 내부의 업무를 잘 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경영자가 회사의 업무특성과 조직문화를 정통하게 알지 못하면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경영밖에 못한다. 이런 경우 임기는 무사히 마치겠지만 회사의 문화를 바꾸거나 시장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또 경영자가 업무를 자세하기 알지 못하고 주요 임원들의 보고에 의지하게 되면 뜻하지 않는 엉뚱한 사고들이 터진다.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다 알고 있는 문제를 CEO만 모른다는 소리가 나온다. 물에 기름이 떠 있는 것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그런 CEO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주인 없는 회사에서 대과 없이 그럭저럭 지내다 다음 자리 찾아서 가면 된다고 하면 달리 얘기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이런 경영자들이 굳이 IT를 알아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자란 회사를 키우면서 임직원을 성장시키고,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그런 경영자를 말한다. 그런 경영자가 경영목표를 달성하려면 IT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자가 IT를 안다는 뜻이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해서 소통에 앞장서는 경영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 아니다. 모바일로 전자결제를 하고, 비서들과 메일로 일정을 공유하고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는 그런 IT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에서 IT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IT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 SIS(Strategic Information System)가 유행한 적이 있고, 이때 IT는 경영에서 ‘전략적 무기(Strategic Weapon)’라고 정의했다. 다들 IT가 경영에서의 중요한 무기라는 것에는 동의를 했지만 그 무기를 어떻게 쓰는지는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못했다. IT 벤더나 컨설팅 쪽에서 나오는 경영상의 화두는 방향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실행은 결국 경영자 스스로가 해야 한다. 마치 교사는 가르치고 공부는 학생이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시험도 학생이 보는 거지 교사가 보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IT를 어떻게 경영상의 전략적 무기로 활용할지의 문제는 경영자가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경영상의 수단을 활용할 것이냐의 선택과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요즈음의 경영은 IT가 필수다. 크든 작든, 첨단 산업이든 재래 산업이든, 신생 기업이든 오래 된 전통 기업이든 IT 없는 경영을 상상하기 어렵다. IT가 중요하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같은 회사 자체가 IT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만을 생각하지만 심지어는 동네 치킨집조차도 IT가 지원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렵다.

글로벌 대기업부터 동네 부동산까지 모든 회사에서 IT는 핵심 업무다. 그냥 간단하게 고의든 사고든 간에 네트워크만 죽여보라. 마치 우리 몸에 혈액이 순환하듯이 회사 내에서 정보가 IT를 기반으로 흐르고 있지 않는가?

혈액 순환이 멈추면 죽게 되듯 회사가 건강하다는 뜻은 정보가 필요한 부분에 적시에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기반을 갖추는 것이 IT의 역할이다.

신체검사 가면 혈압 측정과 혈액검사는 빠지지 않는다. 경영자는 자기 자신의 건강은 수시로 체크하면서 정작 회사의 정보 흐름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정보가 어느 부서에서 막히고 썩고 있으며, 버려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부서 간 벽이 높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정보를 활용해 업무를 하지 않고 그저 관행대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회사를 과연 건강한 회사라 할 수 있겠는가. 이런 회사는 결국 경쟁을 이겨나가지 못한다.

골프에서 제일 나쁜 것은 방향이 나쁘면서 거리만 나는 것이다. 경영자가 방향을 잘못 잡고 이 상태에서 열심히 하면 회사에는 재앙이 된다. 차라리 이런 경영자라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아무 일 안 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경영자는 우선 지혜로워야 한다. 지혜는 어디서 오는가?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쌓아야 지혜로워진다. 지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관련된 정보를 많이 모아서 체계를 잡아야 지식이 된다. 정보는 어디서 오는가? 단순한 데이터들을 서로 관련 있게 엮을 때 정보가 된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정보가 지식이 되고 지식이 지혜가 된다.

지혜롭다는 뜻은 후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경영자는 임기 중에 원 없이 일하고 임기가 끝나면 한 없이 떠나야 한다. 지혜로운 경영자는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지식화하고 이것을 다시 지혜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