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뱅킹 시장 `아프리카` 놓고 검은 경쟁 시작

아프리카 모바일뱅킹 시장을 놓고 이동통신사와 은행간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L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은행 접근성이 매우 낙후된 지역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휴대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모바일뱅킹’이 금융거래의 대안이 된 상황이다. 여기에 ‘치안 불안’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모바일뱅킹은 대륙 최고의 결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프리카가 모바일 뱅킹의 신흥대륙으로 떠오르면서 이통사와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 고객이 모바일 뱅킹을 통해 간이환전소에서 현금을 찾고 있다.<나이로비(케냐)=EPA>
아프리카가 모바일 뱅킹의 신흥대륙으로 떠오르면서 이통사와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 고객이 모바일 뱅킹을 통해 간이환전소에서 현금을 찾고 있다.<나이로비(케냐)=EPA>

아프리카 최고의 경제도시인 케냐 나이로비에서 모바일뱅킹 절대 강자는 은행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다. 영국 보다폰의 케냐 자회사인 사파리콤이 지난 2007년부터 서비스 중인 ‘음페사’(M-Pesa)가 이 나라 경제 규모의 43%에 해당하는 연간 180억달러 상당의 현금을 거래, 나이로비 최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있다.

상황이 이렇자, 거꾸로 전통 금융권이 이통사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 돼버렸다. 최근 케냐 최대 은행인 에쿼티뱅크가 모바일뱅킹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쿼티는 모바일뱅킹을 통해 고객을 궁극적으로 대출과 예금 상품으로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올초 에쿼티는 ‘이동통신사업권’을 별도 취득했다. 이를 근거로 모바일뱅킹용 심카드를 자행 고객들에게 배포, 연내 100만개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쿼티의 재무혁신기술 담당 최고 임원인 존 스테일리는 “사파리콤 같은 이통사가 금융상품을 서비스하는 것은 문제”라며 “화물업체가 철도를 관장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에쿼티는 지난달 신규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내놓으려 했으나 보류당했다. 케냐 통신감독당국이 “에쿼티의 서비스가 음페사 고객의 금융보안을 위협한다”며 서비스 시행을 불허해서다.

에쿼티는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이통사와 규제당국간 ‘밀월’을 막긴 아직 역부족이다.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짐바부웨 최대 이통사인 이코넷 와이어리스는 ‘이코케쉬’라는 자사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확대 차원에서 ‘금융사업권’ 획득을 위해 지난 2012년 스테워드뱅크를 사들였다.

탄자니아의 티고모바일도 같은 이유로 자국내 17개 은행과 연대했다. 티고는 르완다에서도 이 나라 중앙은행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자사 모바일뱅킹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기존 규제 규정을 바꿔버리기도 했다.

사파리콤은 케냐 상업은행과 연대를 통해 예금계좌 개설과 급여통장 관리, 소액융자 조달 등의 서비스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투자 컨설턴트인 멜리사 쿡은 “양 진영간 모바일뱅킹 경쟁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결국 아프리카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역별 모바일뱅킹 계좌 보유현황(단위:개, 2013년 6월 기준. 성인 10만명당)>


권역별 모바일뱅킹 계좌 보유현황(단위:개, 2013년 6월 기준. 성인 10만명당)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