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메이커 포럼] 4차 산업혁명과 메이커 시대 성큼…국내 확산은 어떻게

`제1회 Let`s Make 포럼`이 19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제1회 Let`s Make 포럼`이 19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메이커 시대는 일반인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혁신의 시대를 말한다. 기업이 독점해오던 생산수단은 오픈 소스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생산의 주체로 나서면서 다양한 혁신제품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조적 파괴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엔진이 메이커 운동이다.

세계 각국의 경쟁은 시작됐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은 메이커 문화를 저변으로 확산하며 4차 산업혁명에 불을 댕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창조경제 실현 정책 일환으로 메이커 운동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메이커 시대는 문화와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가 촉발한 3차산업 혁명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ICT융합이 중요한 메이커 시대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 성패는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에 달렸다.

정책, 문화, 교육, 창업 분야 전문가들이 19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제1회 Let`s Make 포럼`을 열고 메이커 운동 활성화 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포럼에서는 한국 메이커 문화 확산 현황과 전망,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포럼 내용을 소개한다.

▲참석자(가나다 순)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오태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회기술혁신연구소장

△조상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 대표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Let`s 메이커 포럼] 4차 산업혁명과 메이커 시대 성큼…국내 확산은 어떻게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메이커 운동을 지원 중이다. 정부가 메이커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오태석(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메이커 운동은 국민 누구나 쉽게 새로운 물건을 창작해 일상 속 혁신을 추구하는 창조경제 저변을 확대한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 발전에 기존 직업이 급변하는 오늘날, 창작이나 창업을 촉진하는 메이커 운동은 미래 고용창출에도 주효하다. 메이커 운동은 개개인 혁신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국가 전체로 혁신 역량이 커질 수 있다. 세계 주요국도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혁신전략 하나로 메이커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 일자리 창출 등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다.

◇사회=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고려해 메이커 운동을 지원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중간 허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있는지.

◇김승환(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재단은 한국형 메이커 운동이 정착 발전하도록 중장기적 전략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트워크, 창작공간, 온라인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과 메이커 교류와 활동을 지원한다. 올해 제2회 대한민국 메이커 페스티벌을 6월 17~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어 메이커 창업과 창직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실생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문제 해결로 배우는 `러닝 바이 메이킹(learning by making)`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전! K-스타트업 2016` `무한상상 메이커스 런` 등 메이커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발전시키는 다양한 경진대회를 추진한다. 메이커 사업 확산을 위해 자유학기제, 무한상상실 등 기존 추진 사업에 메이커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메이커 중심 교원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사회=4차 산업혁명과 메이커 운동은 어떤 측면에서 관련이 있으며 메이커 운동이 활성화되면 우리 사회에 미칠 경제와 문화적 변화는.

◇이우영(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3차 산업혁명이 언제였는가 하고 찾아봤다. 제레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이 2011년에 나왔다. 난 2006년에나 나온줄 알았다. 인터넷과 신재생에너지를 엮은 융합 그리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래 등 우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나왔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생산기술, 즉 제조기술의 획기적인 혁신이다. 제조업과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ICT가 융합하면서 제조 패러다임을 바꿔놓는다. 혁신이 과거에는 대규모 기업 집단, 제조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생산기술 혁신은 메이커, 작은 집단, 개개인이라는 것이다. 제조기술 혁신이 양이 큰 영역에서 양이 작은 소규모 집단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상당히 큰 변화다.

기술은 융복합이 많다. 기술 내에서 융복합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융복합이다. 한마디로 호모 컨버전스(Homo-Convergence)시대가 열린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에서는 속도뿐만 아니라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참 잘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견학 한 번 가는 게 아니라 실제 체험프로그램으로 돌려야 한다.

대기업 중심에서 탈피해 중소·창업·1인 기업으로 바뀔 수 있는 기업구조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국내에도 메이커 운동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들어진 물건을 사기만 하던 시대에서 본인 아이디어로 직접 만들어 쓰는 메이커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회=미국 등 선진국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한국과는 문화가 참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메이커 운동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이홍규(카이스트 사회기술혁신연구소장)=미국에서 메이커 운동이 잘 되는 이유가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문화적 기반이다. 미국 일반 시민은 무엇을 만들어 하는 걸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많다. 재미가 중요하다. 재미가 있으면 창의성이 나온다. 한국은 선비문화여서 그런지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제조(페브리케이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미국은 중고등학교부터 실제로 해보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은 암기·입시 위주 교육이다.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디자인 사고`다. 디자인이 제품의 모든 시작이다. 교육으로 그걸 알려주는 것이 숙제다. 세 번째는 공유경제 기반이 갖춰져 있다. 고가 장비보다 접근성이 높고 편리한 장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다른 것은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된다. 네 번째는 융합 네트워크 구축이다. 각 대학이 거점 역할을 하고 대학에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표가 뚜렷하다. 창업이라는 목표가 확고하다 보니 시장요구에 부합한 제품 개발이 잘 이루어진다.

◇사회=현장에서 느끼는 한국 메이커 운동 현황은 어떤가.

◇김선일(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교육현장에서 메이커 운동은 잘 되고 있다. 성과물 창업으로 봤을 때는 현장에서 보완될 게 있다. 우선 메이커라고 하면 3D 프린터 만능주의가 팽배하다. 이는 전체 제조과정 중 일부에 국한된다. 또 장비 위주로 공급되고 운영 전문가가 없다. 예산이 장비가 아니라 이를 운영할 마스터에게 가야 한다. 정부가 지원한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보면 싸지도 않다. 값비싼 소재비는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구현될 때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킬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런데 디자인 인력을 데려올 예산이 없다. 마지막으로 메이커 공간에서 기계 절삭도 하고 표면 처리도 해보고 봉제도 해봐야 한다. PCB나 전자회로 기판이라도 만들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제품이라도 100여개 시생산은 바로 해볼 수 있으려면 무한상상실 등 교육 플랫폼은 그대로 가되 창업이나 산업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문적 창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미술과 IT 융합 세계적 트렌드는 어떠한지. 분야 간 융합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국립현대미술관 노력이나 전략은.

◇바르토메우 마리(국립현대미술관 관장)=메이커 운동은 개인과 집단 노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비판적 정신과 취지를 지닌다는 점에서 예술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과학창조부 지원으로 미술관 아트팹랩도 문을 열었다. 아트팹랩은 미술과 예술에 기반을 둔 일반 대중, 메이커 그룹, 예술가들의 창작물, 예술과 과학이 융합된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공간 조성의 변화가 자유롭고 장비 임차가 가능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유연한 공간 활용이 용이하다. 교육과 연수, 놀이에 기반한 교육, 실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연계해 실시하고 있다.

◇사회=메이커들이 크라우드펀딩을 많이 이용한다. 메이커 창업에 대한 전망은.

◇고용기(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과거 크라우드펀딩 사례 중 아이팟나노에 시계줄을 만들어 붙힌 시도가 페블와치 같은 스마트워치 혁명을 낳았다고 생각된다. 작은 메이커 행동이 크라우드펀딩으로 퍼졌다. 페블 성공은 애플워치, 갤럭시 기어까지도 등장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심사에 가보면 심사위원이 대부분 공학 박사들이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지 시장은 잘 모른다. 메이커 포인트는 시장과 접점을 잘 잡아 사업화하는 것이다. 메이커는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사회=메이커들이 좀 더 활발하게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업화에 성공하고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면.

◇고용기=재미있는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 재미가 메이커들로만 한정되면 안되고 대중 공감도 크게 얻는 것들이기를 바란다. 시장성 검증을 위해 킥스타터 같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먼저 진행해보는 것도 좋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여러 채널로 많이 판다`는 기존 대기업 전략이므로 이와 차별적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사회=우리 바로 옆나라인 중국은 메이커 1억명 키우기에 나섰다. 중국의 메이커 운동 현황과 정부의 지원 정책은.

◇조상래(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 대표)=중국은 창업 열풍도 대단하지만 메이커 쪽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선전시는 1980·1990년대 출생의 창업 비율이 전체 창업인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전시 정부는 사업자등록 제도 개혁, 정부 업무 효율 제고, 창업 지원 예산 확대 등 정책을 실시해 하드웨어 창업을 지지하고 있다. 심천 메이커 페어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3박 4일 동안 25만명 찾을 정도다. 학생 가족 모두 와서 체험해보고 현장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로봇 경진대회나 전시부시 외에도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ICT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 재투자하면서 선 순환적 창업 문화가 발생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업 간 융합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수 스타트업 투자가 선제적이고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알리바바 자회사 아리윈(阿里云)은 Zhenfund, IDG 등 30여개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촹커(創客)` 계획을 발표하고 100억위안 규모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텐센트·레노버 등도 창업센터를 열고 기금 조성 등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떻게 확산시킬지 계획을 들려달라.

◇오태석=메이커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지가 없다. 여러 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분명히 바꿔나가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그 시간을 어떻게 단축시킬 것인가에 집중하면 된다. 여러 문제점 중 하나가 메이커 스페이스가 만들어져 있는데 장비 구축 문제나 운영시간, 운영상 문제가 있다. 예산 문제나 체계적으로 필요한 방안을 만들겠다. 내수 시장은 작아서 글로벌로 가야 한다. 글로벌 진출 여건을 갖춰서 메이커 취지에 맞는 성과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

정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