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전기버스 업계가 자국 배터리보다 한국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자국 기술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널리 쓰지만 이는 한국 주도 리튬이온(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출력이나 안정성 모두 떨어진다. 중국 정부 규제에 따라 내수에서는 중국 배터리를 쓰지만 중국 외 시장에서는 한국 배터리 탑재를 준비하고 있다.

5일 중국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진출을 앞둔 글로벌 상용차 판매량 1위 포톤(푸톈)과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우룽전동차유한회사(FDG) 등 전기버스 제작사는 한국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리튬배터리를 탑재하거나 쓸 계획이다. 승용전기차 업체 장화이자동차(JAC)·즈두(Zhidou)도 같은 선택을 내렸다. 그룹 내 배터리 제조사를 거느린 비야디(BYD)를 제외하면 주요 전기차 메이커 대부분이 한국 수출 전기차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쓰게 된다.
포톤은 1분기 한국에 출시하는 전기버스 초도 물량(10대) 이후부터 한국산 배터리 탑재를 내부 결정했다. AVIC은 이미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 10여대를 다음 달 김포시 선진운수에 공급한다. FDG도 최근 LG화학·삼성SDI를 잇따라 만나 전기버스용 배터리 공급 논의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포톤과 FDG는 한국뿐만 아니라 수출용까지 한국 배터리를 쓸 방침을 세웠다.
중국 유력 전기버스업체는 최근 우리나라 한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산 배터리 기반의 전기버스 조립·생산기지 유치 협상에 들어갔다. 승용 전기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JAC는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모델명:18650)를 한국 등 수출용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소형전기차로 유명한 즈두도 한국 수출 물량 규모에 따라 앞으로 한국산 배터리 전환을 검토한다.
중국 전기차업계가 한국 배터리를 선호하는 것은 NCM계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에 비해 부피·무게가 약 30% 적게 나가기 때문이다. LFP 대부분은 양극재 특성상 급속충전 기능이 없어 한국 정부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얻지 못한다. LFP는 연비(에너지효율)와 빠른 회전률이 요구되는 버스 등 운수업체 환경에 적합지 않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배터리 가격 역시 최근 LFP와 NCM이 비슷해졌다.
중국 메이저 전기버스업체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전기버스 업계가 중국 현행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수출용 차량만큼은 한국 배터리를 쓰려는 추세”라면서 “중국 전기버스 생산·제작 기술과 한국 배터리를 합친다면 해외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