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중견·중소 가전업체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동부대우전자, 동부라이텍 등이 이란 '엔텍합' 그룹과 업무 협약을 연이어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에 대한 미국 경제 제재가 일부 해제된 후부터 국내 업체와 엔텍합 간 파트너십이 확대되는 추세다. 엔텍합은 이란 최대 가전 제조 및 유통 전문업체다.
코웨이는 최근 엔텍합과 상호 제품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이란에서 코웨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판매한다. 단순 제품 판매 수준을 넘어 엔텍합 그룹 내 코웨이 제품 전담 방문판매와 서비스 조직도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수질과 공기질 상태가 좋지않은 이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접근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이란 소비자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점에서 정수기와 같은 환경가전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엔텍합과의 파트너십이 이란 시장 진출 교두보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엔텍합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2007년부터 엔텍합에 제품 공급을 해온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부터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품목도 기존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에서 LED TV까지 확대했다. 동부대우전자는 2014년 이슬람 문화를 반영한 '히잡 세탁기'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라이텍도 엔텍합을 통해 이란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국민 소비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이란 1인당 구매력 평가 기준(PPP) GDP는 지난해 1만8100달러에 달했다. 이는 동남아 대표 신흥시장 베트남(6400달러)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 경제 제재 조치가 일부 해제되면서 전반적인 이란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0.9%에 불과했던 이란 GDP 성장률은 2016년 4.6%를 거쳐 올해 5.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란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통하는 국산 제품의 선호도도 높다. 업계에 따르면, 1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가전 시장 중 외산가전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그만큼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 중 한국산 제품은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이란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제품은 10억800만 달러(1조135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2.27%가 증가했다. 이 중 냉장고는 상위 10개 주요 수입 품목 안에 들었다.
KOTRA 관계자는 “이란 수입품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 부품, 가전기기 및 석유화학제품 등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