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0>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에 결합하는 서클

서클은 2013년 제레미 앨레어와 신 네빌이 창업한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다. 기업 가치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로 평가된다.

창업가인 제레미는 자신이 '몬테소리' 교육 방식으로 자랐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이 교육 방식은 “스스로의 결정, 독립 사고력, 동료와의 협력과 책임의 가치를 심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혁신 창업가가 드문 이유는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독자 사고를 지향하는 교육과 문화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정치학도이던 제레미는 대학 재학 시절 인터넷이 언론, 정치와 언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이전에 정부의 과학기술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가정보네트워크와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정책을 제안, 독특한 사고력과 인터넷 열정을 보여 준 바 있다. 대학 재학 시절 웹이 나오기 이전에 중요한 뉴스를 모아서 보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자 인터넷 컨설팅 회사를 세워 당시 기업과 미디어가 웹을 활용하는 방안을 돕는 사업을 했다. 정치 운동가이자 언어학자로 유명한 에이브럼 놈 촘스키의 정치운동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진보 사고 기술자로도 지냈다.

1994년 웹의 파괴력을 확신하고 당시 동생 조지프 앨래어가 저축해 놓은 1만8000달러 소액 자본으로 회사 앨러어를 설립, IT 분야 전문가에게는 익숙한 '콜드퓨전'을 개발했다. 1999년에 상장하고 2001년에 마이크로미디어에 매각,크게 성공했다. 마이크로미디어에서 CTO로 재직하던 제레미는 2003년 벤처캐피털 회사로 옮겨 창업 지원을 경험하고, 동영상 제작 플랫폼 회사인 브라이트코브를 창업했다. 이후 브라이트코브를 상장시켜서 창업 성공을 재현하고, 2013년 서클을 새로이 창업해 현재에 이르렀다. 연쇄 창업가 전형이다.

서클은 골드만삭스 등 전통 투자은행은 물론 비트메인과 같은 블록체인에 전문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바이두 같은 중국 거대 IT 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블록체인을 전통적인 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클은 관심을 끌고 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전통 금융과 연결하는 기업이다. 암호화폐는 가치 변동성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서 관심이 크지만 변동성은 금융의 본래 기능인 지불, 송금의 거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서클은 사용자가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로 계좌에 돈을 넣으면 송금할 경우 암호화폐를 기존 공식화폐 토큰으로 변환해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지난날 버스를 타기 위해 토큰을 사용한 것과 같은 이치다. 환전과 수수료가 없는 송금이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해 2015년 뉴욕주 금융국이 발행하는 암호화폐 취급 인가 비트라이선스를 받았고, 2016년 영국 정부로부터 가상화폐 인가를 받았다. 현재 서클은 29개국에 수수료와 환차 비용이 없는 글로벌 송금 및 지불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서클은 최근 '포로니엑스'를 인수,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도 참여하면서 미래 지불 수단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방향 설정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규제 논쟁이 암호화폐와 기존화폐 경쟁 관점에서 암호화폐 단점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서클은 이 지불 시스템의 결합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고,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뉴욕주나 영국 정부는 이미 이러한 서비스 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암호화폐 혁신성을 기존 금융에 접목하고 있다. 혁신 창업 성공에는 정부의 효율성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0>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에 결합하는 서클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