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주공산' 미생물 시장 장악 착수...韓 후발주자 밀릴까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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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범부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헬스케어, 에너지, 식량 등 미생물이 영향을 미치는 전 영역 대상으로 기술 확보와 서비스화에 국가 자원을 투입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도 규제와 지원 부족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후발 주자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25일 정부·업계에 따르면 미국 과학기술위원회(NSTC) 산하 마이크로바이옴 범부처 실무그룹은 최근 연방기관 간 연구 조정·지원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세계 시장 주도권 확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공기, 토양 등 자연 곳곳에 분포한 미생물 유전자 정보다. 인체 장내, 구강, 표피 등에 있는 미생물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질병을 예측·진단·치료한다. 미생물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동·식물 생산성을 높이거나 환경 오염 문제를 해소하는 등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전략은 인간 포함 동식물 건강과 영양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서비스화가 핵심이다. 인체 건강과 안전, 식량생산, 에너지, 생태계 등을 전략 연구 분야로 선정했다.

인체 건강과 안전에서는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하는 새로운 항생제와 각종 전염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을 시도한다. 식량 위기에 대응해 미생물을 이용한 농작물 생산성 증대 방안을 찾는다. 수의학 의료 개발과 식인성 병원균 검출을 위한 미생물 연구도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8대 활동 분야 및 연방기관 관련성(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크로바이옴 8대 활동 분야 및 연방기관 관련성(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생물을 이용해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미루나무 균류 등을 에너지 원료로 개발하는 시도도 이뤄진다. 야생동물 질병을 진단하거나 공중보건 향상, 오염된 폐수 정화, 미생물 군집 환경 공정 연구 등에도 미생물을 이용한다. 헬스케어, 농수산·식품, 에너지, 환경 등 영역 전반에 걸친 국가 사업이다. 지원 기관만 해도 상무부, 식품의약국, 국토안보부, 항공우주국, 농무부, 자연자원보호청 등 24곳 이상이다.

세계 수준 연구 역량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위기다. 모두가 2~3년 전만 해도 모든 국가가 초기 단계였지만 서서히 격차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임상·상업화를 적극 지원, 시장을 선점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마이크로바이옴 투자 예산은 연 90억원이다. 대부분 미생물 자원화 등 인프라 구축이다. 미국과 비교해 100분의 1 수준이다. 업계는 신약 개발, 진단 서비스 등 상용화를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이뤄지진 않는 실정이다.

코엔바이오 연구원이 김치 유산균을 연구하고 있다.(자료: 코엔바이오)
코엔바이오 연구원이 김치 유산균을 연구하고 있다.(자료: 코엔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이 앞서는 이유는 육성·규제기관 협력 연구로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식약처 등 규제 기관이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마이크로바이옴 인·허가 지원을 외면하고 산업 육성 기관은 규제 이유로 손을 놓고 있으니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진단 서비스, 신약 개발 기초 R&D 투자를 강화하고 상업화 행정 지원이 요구된다. 수년째 산업계가 요구한 마이크로바이옴 인·허가 가이드라인 제정도 시급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내년 마이크로바이옴 투자를 올해보다 10%로 늘려 100억원 수준으로 올리고 산업 동물과 사료첨가제 개발 부문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을 적용할 것”이라면서 “농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