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38. 덴마크의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벤치마크하자

38. 덴마크의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벤치마크하자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38. 덴마크의 스타트업 창업 환경을 벤치마크하자

북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지난 9월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코펜하겐 경영대학원(CBS) 기업가의 날 2018'에 스피커로 참석했다. 예상보다 뜨거운 그들의 열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CBS는 매년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9월에 개최한다. 이번 데모데이에도 약 5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CBS는 스타트업 양성을 위한 전문 커리큘럼이 있었고, 현지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독일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다시 코벤하겐으로 옮겨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대부분 참가 스타트업과 짧게라도 미팅을 가졌는데 전통으로 덴마크가 강한 푸드 가공과 큐레이션, 로봇 분야는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아주 돋보였다.

스타트업 2개를 대표 사례로 들어 보자. 투굿투고(Too Good To go)는 등록된 음식점에서 음식이 남을 때만 라스트오더에 할인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소비자는 라스트오더에 접속하기만 하면 동네음식점의 할인 현황을 볼 수 있다. 약 3유로에 등록 음식점의 마감할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서비스다.

'강하고 빠르고 단순하다'라는 모토 아래 2014년에 설립된 카소로봇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7축 산업용 경량 로봇을 개발해 왔다. 가볍고 강력하고 빠르며 작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이 강점이다. 카소는 로봇의 사용자 친화형 인터페이스가 비즈니스에 유연성을 제공, 자체 로봇 전문가가 없는 중소기업도 비용 효율화로 복잡한 자동화 및 프로그래밍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타트업 창업 환경의 장점 두 가지를 꼽는다면 교육정책, 기업정책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춰 진로를 설계하고, 그 틀에 맞춰 고등학교를 고른다. 대학교에 진학해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일반계 고등학교를 간다. 이들은 고등교육 과정에 필요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한다. 목수나 용접공 같은 일을 꿈꾸는 학생은 기술학교를 택한다. 기술학교는 교과 과정 대부분이 실습이다. 실전 기술을 배운 이들은 대부분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한다.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상업학교에 간다. 상업학교는 외국어, 경영, 회계 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실용 교과 과정을 제공한다. 전공으로 고른 외국어에 따라 해당국 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있다.

덴마크 사회는 기술직을 높게 산다. 특히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기술직 노동자는 전문직 종사자 못지않은 존경을 받는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곧장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덴마크 대학 진학률은 40%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대접 받아가며 먹고살 수 있으니 입시 경쟁이 과열될 이유가 없다.

지난달 16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올해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를 발표했다. 세계 144개 국가를 재산권, 혁신, 세금, 기술, 부패, 자유, 관료주의, 투자자 보호, 주식시장 실적 등 11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1위는 덴마크가 차지했다. 2년 연속이다. 포브스는 덴마크가 개인 세금 부담률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기업을 경영하기에는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 자유가 보장되고 부정부패가 없다는 점이 덴마크를 1등으로 만들었다. 규제가 효율 높고 투명하다는 점도 순위를 끌어올린 요소였다.

덴마크는 법인세율이 낮다. 2015년 현재 23.5%인 법인세율을 내년에는 22%까지 끌어내린다. 법인세를 내리는 국제 추세에 발맞추는 것은 물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조치다. 법인세는 미국, 프랑스, 독일보다 낮다. 복지 제도를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기업이 인건비 외에 따로 부담해야 하는 복지비용이 없다.

외국인이 덴마크에 투자하기도 편하다. 사실 덴마크에는 외국인 투자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덴마크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차별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투자 분야에도 제한이 없다. 뒤집어 말하면 덴마크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는 제도도 없다.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금융 자산을 확보하는 일도 덴마크 기업과 동일한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제도로는 외국인 투자나 내국인 투자나 같다는 얘기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