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작년 수주액 110조…수주 규모 조선업 제쳤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110조원을 넘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새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한국 조선업 수주액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작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달러(약 141조원)다. 배터리 산업이 머지않아 반도체를 능가하는 주력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배터리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 전기차 배터리 신규 수주 금액은 약 110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3사 누적 수주 잔액은 175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신규 수주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말 기준 누적 수주잔액은 85조원이다. LG화학은 2017년 말 누적 수주잔액이 42조원이라고 밝혔다. LG화학 누적 수주액 가운데 약 절반을 작년 한 해 신규 수주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신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누적 수주 잔고는 현재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 선두권 수준의 공급 물량이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누적 수주 물량은 300기가와트시(GWh)로, 2017년 말 65GWh와 비교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235GWh 늘어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누적 수주 잔액 40조원에 지난해 신규 수주만 30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이 수십조원씩 늘어난 것은 자동차 업계 1위 폭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인 MEB 플랫폼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주효했다. LG화학은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유럽향 공급 물량을 따냈다. 삼성SDI도 지난해 유럽향 발주 물량을 LG화학과 나눠 가졌다. SK이노베이션도 유럽과 미주향 물량을 수주하면서 수주 잔액이 크게 늘었다. 이 밖에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르노, 포드,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다임러, 기아차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SDI는 BMW와 오랜 공급 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난해 원통형 배터리로 재규어랜드로버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를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의 미국과 유럽 물량을 수주하면서 수주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삼성SDI는 증설 계획과 수주 잔액에 대해 경쟁사에 비해 보수 형태로 언급하고 있지만 삼원계 배터리 선두 업체라는 점과 원통형 배터리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로 경쟁사와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는 선 판매, 후 생산 구조를 수주 산업 특성으로 하고 있다. 수주 산업은 특성상 수주 이후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3년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2020년 이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연간 수주 금액으로는 국내 대표 수주 산업인 조선업을 넘어섰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조선업 수주 금액은 218억달러(24조원)로 추산된다. 최근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 프로젝트 규모가 10조원 이상으로 늘고 있고 증설 계획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어 앞으로 수주 규모가 건설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 물량은 131조원으로 추산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