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비맥주 '카스'의 가격 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카스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경쟁사의 도미노 인상은 물론 주류 도매상들의 사전 물량 확보 움직임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업계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해 인상설을 흘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도매상과 대형 유통업체 주류 담당자 사이에서 카스 가격 인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상설이 최초 알려진 시점은 하이트진로의 '테라' 출시 간담회 직후다. 일선 영업사원들이 “카스 가격 인상이 예정 돼 있으니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라”는 주문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비맥주의 고위 임원이 18일 주요 도매상 대표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격 인상 유무에 대한 질문에 “국세청에 가격 인상 요청을 신청한 상태로 현재 확정된 상태는 아니나 검토는 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류 가격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사전에 가격 인상을 요청하고 허가 받는 것이 아닌 판매 후 주세 납부 시점에 변동된 가격을 신고하면 된다.
지난 21일에는 모 대형마트 본부 주류 담당자에게 '카스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으니 물량 비축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 22일에도 전국종합주류도매업 중앙회에 '카스의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으니 양해와 협조를 부탁한다'는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측은 “통상적인 가격 인상 시기가 다가온 만큼 인상 요인이 있는지 확인한 것은 맞지만 현재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계속 제기되는 설들에 대해서도 “회사 방침과 전혀 무관한 소문들로 영업 일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설은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점유율 50%가 넘는 카스의 가격 인상설이 제기될 경우 주류 도매상들은 물량 사재기 진행한다. 도매상에는 적재 공간이 제한적인 만큼 사재기가 진행될 경우 경쟁 제품들의 주문은 자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일시적인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설로 인한 밀어내기 의혹은 2016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초부터 가격 인상설이 돌자 도매상들은 카스 사재기를 했고 실제 가격 인상은 11월1일 진행 돼 오비맥주 점유율은 치솟았고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 가격 인상설이 제기되는 3년 주기인 해이고 하이트진로의 신제품이 출시된 만큼 카스의 가격 인상설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순간 판매 증진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은 시장 혼탁과 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