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달리는 데이터 표준API 도입 논의...초안 마련도 일정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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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MyData) 산업 도입을 위한 데이터 표준API 구축 논의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신경전 속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저렴하게 확보하려는 핀테크 기업과 개방 범위를 좁히려는 금융권 시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표준API 워킹그룹(이하 워킹그룹)은 당초 6월로 예정됐던 표준API 초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워킹그룹은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에 대비해 금융 분야 데이터 제공 범위와 비용, API 규격, 보안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했다.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을 각각 서비스 분과, 기술 분과 간사로 두고 각 금융업권과 핀테크기업 4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사이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분야는 데이터 제공 범위다. 마이데이터산업이 도입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각 금융권으로부터 예금계좌 입출금 내역부터 신용카드·직불카드 거래 내역 등 자산과 부채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통합정보 대상이 되는 신용정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하는 것이 필수다.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위가 제도 도입 당시 예시로 든 예금계좌 입출금 내역부터 신용카드·직불카드뿐만 아니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CMA, 주가연계증권(ELS) 정보를 비롯해 보험회사 보험계약 정보 등 금융권 전반의 신용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기존 금융권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정보 대다수가 2차 가공을 거친 정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정보의 종류만도 1000여개에 이른다”면서 “정확한 명칭도 모른 채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미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진 신용카드·직불카드 거래 내역 제공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특히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알짜 정보를 모두 내놓을 처지가 됐지만 정작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간편결제와 관련한 정보 제공에 대한 논의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결제 시장 대부분을 신용카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비중이 커질텐데도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빅테크 기업이 핀테크를 무기로 금융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에만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역차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업계 내부에서도 “간편결제 등 핀테크는 아무런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서 금융권 협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마이데이터 산업의 철학과도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안 관련한 논의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위가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최소 자본금 요건은 5억원에 불과하다. 개인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신용정보가 유출됐을 경우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느냐는 고민이 불거진다.

자본금이 5억원 안팎에 불과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금융권에 준하는 보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 분야에 해당하는 IT 관련 업무를 금융회사 등 외부에 위탁하는 일 역시도 마땅한 해답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권의 목소리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산업과 관련한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금융권은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핀테크 기업에 우선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여지가 있는 것은 카드사의 빅데이터 컨설팅 업무 정도에 불과하다. 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권은 언제 마이데이터 산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도 곤란한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한 지 이미 1년이 됐지만 국회 논의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법제화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의 진출로 기존 금융회사도 혁신에 대한 의지가 크다”면서 “이미 유럽 등 각국에서는 데이터 혁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만큼 마이데이터 산업의 국내 정착을 위해 금융당국에서도 데이터 산업 영위 여부 등을 비롯해 명확한 신호를 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다소 일정이 밀렸지만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간편결제 사업자의 정보 제공을 논의를 비롯해 자본금 요건과는 관계없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