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인터넷 역시 주권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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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일본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연일 시끄럽다.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논쟁도 벌어졌지만 우리가 외부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기술 내재화'가 정답이다. 장기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기술을 온전히 국내 것으로 만드는 국산화의 필요성은 제조업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얼마전 공개석상에서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해진 회장은 “매일 맥도날드(햄버거)와 스타벅스(커피)만 먹을 수 없다”고 비유했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토종 포털 플랫폼이 두 개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다. 국내 기업이 만든 메신저는 5000만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야기다. 방탄소년단(BTS)이 인기를 얻으면 국내 기업이 팬덤을 게임으로 만들어 이어 간다. 흔치 않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네이버 일본법인이 만든 라인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다. 서구 세계에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중국 정도가 자국 인터넷 기업이 성장하는 나라다.

자존심 센 유럽도 구글 제국에 점령된 지 오래됐다. 프랑스가 네이버를 스타트업 육성 파트너로 맞은 것도 이를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얼마 전 출장길에 만난 프랑스 기관 관계자는 “한국은 굉장히 특이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관련 포털·콘텐츠·게임 산업 성장세를 두고 한 말이다. 정책과 문화가 자유로운 유럽도 선뜻 하지 못하는 일을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부러움 섞인 말이었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정부와 대기업의 선제 투자를 통해 산업을 키워 왔다. 정부 지원과 선진 시장을 배우고 미래를 내다본 대기업의 안목으로 경제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잘해 왔다. 이제 우리나라가 50년 가까이 취해 온 전략을 바꿔야 할 때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저성장 시대의 개막이다. 산업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연결되는 우리나라 경쟁력을 지키면서 새로운 엔진을 찾아야 한다. 세계 시장을 보면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2019년 7월 현재 세계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5위 기업이다. 이미 글로벌 산업 지형은 제조업 시대를 지나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가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는 미래 성장 동력의 실체를 이들 기업이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을 근간으로 기존의 자동차·제조·유통 산업을 삼키면서 진화하고 있다. 미국 태생이지만 자국을 넘어 글로벌 전체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오대양 육대주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인터넷·게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자생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상 위치를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불씨를 살려서 전체 산업의 생태계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 필요하다. 인터넷 산업 생태계가 품은 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 경쟁력이 새로운 '반도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토대가 데이터다.

토종 인터넷 기업도 앞으로 10년을 담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마주했다. 구글과 유튜브는 네이버의 지배력이 높은 국내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클라우드에서는 아마존, MS의 거센 공세가 공공 부문에까지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2017년부터 빗장을 걸어 잠그자 국내 중견 게임 기업이 박살났다. 게임은 질병 대열에 합류했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우리 손으로 미래를 꺾지는 말아야 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