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증착으로 EUV PR 만드는 '드라이 레지스트' 개발…日 기술 대체 촉각

램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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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화학 반응으로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EUV PR) 박막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웨이퍼에 액체 PR를 바를 때보다 해상력이 높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액체 EUV PR와 코팅 시장은 일본 업체가 점령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본 수출 규제로 EUV PR 공급에 영향을 받았던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램리서치는 세계적인 광학회인 국제광공학회(SPIE)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첨단 노광공정 학회에서 '드라이 레지스트' 기술을 소개했다. 네덜란드 노광장비 기업 ASML, 벨기에 반도체 연구허브 IMEC과 함께 개발했다.

드라이 레지스트는 반도체 전공정 핵심 기술인 노광 공정 직전에 활용된다.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을 하기 전, 반도체 업체들은 빛에 반응하는 액체 PR를 웨이퍼 위에 바른다. 기존에는 PR를 스핀 코팅 방식으로 도포했다. 웨이퍼를 회전시키면서, 액체 PR를 웨이퍼에 몇 방울 떨어뜨려 균일한 두께로 도포하는 트랙장비를 활용한다. 이 장비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도한다.

그런데 EUV 노광 공정 시대에 진입하면서 액체 EUV PR의 단점도 제기됐다. EUV 광원 에너지가 기존 불화아르곤 광원 에너지보다 10배 이상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물질이 PR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램리서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웨이퍼 위에 얇은 층을 쌓는 핵심 전공정인 '증착'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PR 박막 형성 공법을 처음 개발했다.

램리서치 EUV PR 증착 장비 특허 보고서에 묘사된 장비 그림. <사진=램리서치>
램리서치 EUV PR 증착 장비 특허 보고서에 묘사된 장비 그림. <사진=램리서치>

램리서치가 출원한 특허에 따르면 기존에 활용된 스핀코팅 방식과 달리, 챔버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박막 형성을 유도하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이나 원자층증착법(ALD)으로 PR를 만든다. 액체 형태가 아닌 화학 반응으로 막을 만들기 때문에 '습식'이 아닌 '드라이(건식)' 레지스트라고 부른다.

램리서치 측은 “소재 기술뿐 아니라 기존 증착 기기를 변형한 장비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램리서치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조사 선량을 줄이면서 높은 해상력을 가진 박막을 형성해 EUV에 필요한 반도체 회로를 보다 정확하게 찍어낸다고 밝혔다.

또 기존 방법보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존 EUV PR 스핀 코팅 방식은 웨이퍼가 회전하면서 튀는 PR 때문에 낭비되는 양이 많았다. 그러나 램리서치 장비는 화학 반응으로 막을 만들기 때문에 소비량을 5분의 1에서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램리서치 연구원들(자료: 홈페이지)
램리서치 연구원들(자료: 홈페이지)

램리서치 기술 성숙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장비가 상용화 됐을 때 기존 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기대된다. 특히 일본이 지난 7월 한국을 상대로 규제했던 EUV PR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와 장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UV PR 시장은 JSR, TOK, 신에츠 등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램리서치가 일본 EUV 소재와 경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가 있었던 만큼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테스트해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