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점포 물류 원하는 네이버…'새벽배송 규제'가 걸림돌

이마트 점포 영업제한 온라인에도 적용
주말 의무휴업일엔 주간 배송마저 금지
쿠팡 로켓배송과 경쟁에 큰 타격 예상
업계 "규제 완화에 적극적 행보 나설 것"

이마트 점포 물류 원하는 네이버…'새벽배송 규제'가 걸림돌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물류 동맹 효과가 유통법 규제로 인해 반감될 처지에 놓였다. 양사는 이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 삼아 전국 단위 배송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지만 점포 영업제한이 온라인 배송에도 적용돼 새벽 및 심야배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물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양측은 이마트와 백화점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전국 단위 풀필먼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 등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자체 배송 인프라가 없는 네이버는 최대 약점인 식품과 물류망을 이마트를 통해 보완했다. 네이버 장보기에 이마트가 입점하고 점포를 물류기지 삼아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네이버가 투자한 생각대로·부릉 등 물류 스타트업과 협업해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전국 170여개 물류시설을 운영 중인 쿠팡에 맞서기 위함이다. 쿠팡은 자체 배송 인프라와 직매입 풀필먼트를 구축하고 전국 단위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 대규모 물류 투자를 예고한 만큼, 네이버와 이마트도 점포 자산을 활용해 촘촘한 물류망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현재 SSG닷컴의 일평균 처리 물량 13만건 중 40%에 달하는 5만건 이상을 이마트 점포 물류시설인 PP(피킹&패킹) 센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이마트는 물류 기지 역할을 하는 PP 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점포 배송이 영업 시간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한 대규모점포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도 제한된다. 새벽배송과 심야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SSG닷컴 새벽배송 서비스가 전용 물류센터가 있는 수도권에 한정된 이유다.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일에는 주간 배송마저 금지된다. 네이버가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자유로운 배송 서비스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트가 문 닫은 사이 쿠팡은 규제 없이 새벽시장 점유율을 더 늘려갈 수 있다.

쿠팡의 핵심 경쟁력은 언제 어디서나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뉴욕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로드쇼 영상에서 “쿠팡은 1년 365일 배송이 가능한 유일한 e커머스 회사”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점포발(發) 배송에 대한 규제 완화가 없으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양사는 당분간 2~3시간 즉시배송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소비 시장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 시장을 놓치면 쿠팡과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마트와 네이버가 점포 배송 규제 완화를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은 소관위 심사 단계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대에도 온라인 배송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점포를 온라인 물류기지로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배송시간 제한으로 서비스 경쟁력은 반감된다”면서 “규제가 완화돼 신세계그룹 모든 점포를 새벽배송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쿠팡에 주도권을 내준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단숨에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