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갤럭시폰 판매금지 이해득실은

갤럭시 판매금지…삼성 "문제도 아니다", 왜?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내린 판결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측면과 불리한 측면이 공존한다. 애플은 네덜란드 법인에서 삼성전자 일부 스마트폰에 대해 판매 중지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오히려 웃고 있다. 특허 침해 판결을 받은 내용이 그다지 우려할 만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승리”라며 “침해 판결을 받은 1건에 대해선 회피기술을 개발해 수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1건의 침해 판결이 EU 내의 국제사법재판소 격인 헤이그법원에서 나왔고, 네덜란드가 삼성전자의 유럽 시장 허브라는 점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피할 수 있다”=일단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애플이 법원에 제기한 10건의 삼성전자 대상 특허 침해 건 중 손가락 터치로 사진을 조작하는 ‘사진 관리용 휴대용 전자기기(EP2059868)’ 1건에만 침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애플이 강력하게 주장해 온 디자인권리와 관련한 저작권, 멀티터치 플래그 기능 등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거나 너무 일반적이라 특허로서 효과가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디자인과 같은 하드웨어는 침해 판결이 내려지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명적이지만 이번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다르다”며 “법원의 결정도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0월 13일까지다. 비교적 긴 7주의 유예기간은 헤이그법원 측이 ‘삼성전자가 비록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지만, 침해 사항이 없는 기술 적용 가능할 수 있다’으로 판단해 시간을 늘려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의 갤럭시탭 10.1 모델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과 상반되는 판단이 나온 것도 삼성전자에는 힘이 된다.

 ◇막아내기 쉽지만은 않은 애플 공격=이번 판결의 효력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EU국가들 내에서도 공용 법원과 같은 특수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 법조 전문가는 “유럽 각 국의 법원이 별도 절차 없이 헤이그 법원 결정에 동의만 하면 해당 국가 법인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유럽 내에서 스마트기기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독일 다음으로 네덜란드 법원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을 우려가 있다고 결정한 애플의 특허가 꽤 치밀하다는 점도 문제다. 애플의 ‘사진 관리용 휴대용 전자기기’ 특허는 터치 스크린상에서 사진을 조작하는 대부분의 동작을 담고 있으며 청구항이 40개에 이른다. 이를 피할 만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네덜란드 법인이 유럽 지역에 공급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중심 물류기지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또 독일에 이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이 연이어 내려지면서 본 판결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표>삼성전자·애플 소송 일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