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그룹, 멀티미디어 분야서 새 맞수로 등장

삼성그룹과 LG그룹이 미래 유망사업인 멀티미디어사업을 놓고 최근 재계의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를 진두지휘하는 이건희 삼성회장과 구본무LG 회장이 벌일 장외 대결도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삼성、 LG、 현대、 대우등 주요 그룹들은 올해를 "멀티미디어사업의 원연" 이라고 보고 최근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정보통신망에서 게임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멀티미디어사업 전반에 걸쳐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어 두 그룹간 경쟁이 볼 만해지고 있다.

현대와 대우도 나름대로 전자 계열사를 통해 이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공업에 치우친 두 그룹의 특성상 멀티미디어사업에 투자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는 멀티미디어 단말기등 하드웨어에、 대우는 영상소 프트웨어등 소프트웨어분야에 치우쳐 있어 종합적인 멀티미디어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정은 선경、 쌍용、 한화등 최근 멀티미디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과 LG는 현재 전자부문에 그룹의 뿌리를 두고 있고 멀티미디어를 그룹내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등 전자부문을 빼면 당장 그룹의 구심점이 되는 사업이 없다.

LG의 경우 화학부문이라는 또다른 주력사업을 갖고 있지만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력 면에서 전자부문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평가다.

결국 전자부문에 바탕을 둔 그룹은 최근 "미래형"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바뀌고 있는 멀티미디어사업에 승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두 그룹의 멀티미디어경쟁은 데이콤지분 인수경쟁에서 이미 시작됐다는 게재계 한쪽의 시각이다.

데이콤은 제2시외전화사업자로 확정된 데다 앞으로 각종 첨단정보통신서비스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멀티미디어사업 전개에서 통신망 확보가 절실한 삼성과 LG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체.

현재 LG그룹은 비공식적으로 17.29%에 이르는 데이콤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알려져 앞으로 많게는 24% 선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최근 삼성생명을 통해 데이콤 지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은 전자、 전관등 계열사를 통해 현재 4.65%의 지분 을 확보하고 있는데 특수관계인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재계는 앞으로 삼성그룹이 현재 데이콤 지분율 2위인 동양그룹을 제칠 수는있지만 LG그룹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적어도 LG그룹이 데이콤경영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을 정도의 지분만 갖게되면 성공이라는 입장이다.

데이콤 인수경쟁 말고도 삼성과 LG는 VOD(비디오 온 디맨드)와 PC통신등 네트워크부문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트톱박스등 VOD관련 단말기 사업에 뛰어든 삼성과 LG는 VOD서비스사업에도적극 참여키로 하고 올해안에 수원과 부산에서 각각 시험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LG그룹은 IBM과 합작한 법인을 통해 오락 중심의 PC통신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삼성그룹도 아메리카 온라인사와 제휴하는등 PC사업 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의 핵심이 될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 대한 두 그룹간 경쟁도 날로 가열될 전망이다.

영화、 음반등 일반 영상소프트웨어에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기획을、 LG는 LG미디어를 주력사로 삼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CD롬타이틀등 디지털 소프트웨어부문에서는 LG가 LG전자와 LG소프트웨어를、 삼성은 삼성전자를 통해 시장 선점을 꿈꾸고 있다.

케이블TV、 위성방송등 통신과 결합된 뉴미디어방송사업에 대한 두 그룹의 관심도 남다르다.

삼성은 유료영화와 교양채널을、 LG는 홈쇼핑채널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두 그룹은 앞으로 프로그램공급업및 방송국사업의 겸업금지 규정이 풀리면 방송국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또 향후 위성방송사업자허가경쟁에서도 두 그룹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두 그룹은 TFT-LCD등 멀티미디어 핵심부품사업과 멀티미디어관련 단말기 게임기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LG그 룹은 지난달 발족한 전략사업개발단을 통해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사업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삼성그룹도 그룹내에 설치된 영상사업단을 통해 꾸준히 그룹 차원의 멀티미디어사업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두 그룹간의 멀티미디어사업 경쟁에는 두 그룹 총수간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도 곁들여져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자동차와 영화 수집광.

비록제일제당에 선수를 빼앗겼지만 이회장이 미 드림워크스에 대한 자본투자와 관련해 올초 미국을 방문、 스필버그감독과 만난 사실은 영상소프트웨 어사업에 대한 그의 높은 관심을 한 눈에 보여준다.

이회장은 다른 부문은 몰라도 영상소프트웨어사업에서는 삼성이 최고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은 미국에서 유학한 탓인지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관심이재계에서 남다르다는 평가다. 더욱이 지난 2월 총수자리를 넘겨받은 구회장 으로선 새로운 이미지 창출 차원에서 멀티미디어사업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

멀티미디어시대를 역설한 취임사나 취임후 첫 방문한 곳이 TFT-LCD공장이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도에서 두 사람을 뒤따를 만한 그룹 총수는 없다고 본다.

이처럼 그룹 총수의 자존심도 걸려있는 두 그룹간 멀티미디어경쟁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현재로선 섣불리 대답하기 힘들지만 그 1차전은 데이콤 인수경쟁에서 이뤄질것이라는 데 재계 관계자들은 동의한다. 또 두 그룹이 최근 마련중인 멀티미 디어사업전략은 장기전의 승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