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에너지 효율등급제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92년부터 정부가 도입.시행해온 냉장고、 에어컨、 조명기기 등에 대한소비효율 등급표시제가 올 연말로 목표달성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목표치 설정과 이에 따른 소비효율 등급부여 기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에너지절약형 고효율제품을 구입케 해 원천적인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는 지난 3년간 국가 적인 에너지절약과 고효율기기 개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조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가전제품의 효율을 지난 92년과 비교하면 냉장고 15%、 에어컨 25.3%、 백열 전구와 형광램프는 각각 14.1%、 5.2%가 향상되어 연간 11억㎻h의 전력절감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그러나 이처럼 당초 등급표시제 의도입취지에 부합하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등급표시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드러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등급표시제의 가장 큰 허점은 추진체계가 체계적.효율 적으로 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92년 당시 동력자원부가 서둘러 도입한 등급표시제는 그동안 정부의 주관 부서가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로 바뀌면서 제도 안정화에 차질을 빚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기술연구소、 공업기술원 등의 제도 수행을 위한 지원 연구기관들의 담당업무가 다원화되어 효율기준 측정에서부터등급부여 관리 등 전반적인 면에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이점은 실무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에서도 지적돼 전담기구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체계상의 불합리는 에어컨의 경우 등급표시제을 도입한 지 1년도 채안되어 냉장고、 에어컨의 70%이상이 1、 2등급에 편중되는 상황이 연출 되는 등 등급표시제의 가장 기본인 효율측정방식과 기준설정에 회의를 품게했다. 최저효율기준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효율측정을 위한 전문기관을 두고 10년이상 소요되는 장기적인 자료확보 과정을 통해 기준을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현행 등급제는 전력절감、 소비효율향상이라는 점에만 집착한 나머지 핵심기술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대체적인 지적이다. 에어컨의 경우 순식간에 목표도달치에 근접하게 된 것은 물론 업체들의 연구개발 노력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중대형 제품의 경우 1등급 획득을 위해 컴프레서를 비롯한 핵심장치를 전량수입에 의존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저에너지 소비효율과 관련、 현실적인 규제수단이 없다는 것도 현행 등 급제 문제점의 하나이다.

수입냉장고나 백열등、 형광램프의 경우 여전히 최저기준을 밑도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주의、 권고를 할 수 있는 정도일 뿐 생산 및 판매를 금할 수 있는 강제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소비효율 등급제는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과 고효율 기술확보라는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있다. 모든 제도가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지난 3년간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개선하려는 노력을 쏟는 것만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제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