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통합의장법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은 최근 특허청을 발족해 내년부터 국제상표법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또 미국과 일본 역시 산업디자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의장관련 법규와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선진국들이 지적재산권에 이어 자신들의 디자인역량을 국제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디자인 후진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계는 수출비 중이 높아 어떤 분야보다도 디자인경쟁력 확보에 발벗고 나서야 할 입장이 다. 국내 전자산업의 디자인경쟁력을 두차례로 나누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1천4백여건에 달하는 전자4사의 의장출원건수가 말해주듯 전자산업 은자동차산업과 함께 국내 산업디자인의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가전산업을 위시한 전자산업이 산업디자인을 선도하는 것은 치열한 내수경쟁과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 다. 특히 완제품위주로 수출하는 전자업체들은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열악 한산업디자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들어 가전뿐 아니라 각종 첨단 정 보기기의 디자인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가전3사의 경우 국내에만 디자인실 또는 디자인연구소에 1백명 이상의 전 문디자이너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대전자 역시 정보기기、 산전부문에만 3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가전3사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주요 선진국에 디자인연구소 등을 설치하고 이를 해외시장에서의 디자인 현지화작업과 선진 디자인 정보획득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출신 임원이 탄생하고 신제품개발과정에 디자이너의 의사반영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등 전자업계에서 디자이너들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 할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이나 미국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던 80년대까지의 상황과 비교하면 내부적으로는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제조업체 의 20%만이 디자인을 자급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산업디자인 경쟁력은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서도열세를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전자업계 역시 디자인부문에서는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격차가 기술격차 이상으로 현격하게 벌어져 있다.
전자4사나 일부 중견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전문디자이너를확보하지 않고 외부용역에 의존하거나 타사제품을 모방하는 경우가 아직도대부분이다. 또한 디자인라운드(DR)、 디자인보호 법제화 등 디자인과 관련된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소업체들에 대한 디자인마인드 부재와 디자인역량의 낙후는 아직까지 전자산업에서 주문 자상표부착생산(OEM)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결국 국내 전자 산업의 전반적인 디자인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산 전기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동기를 묻는 질문에 전기제품은 응답자의 23.9%가、 전자제품은 32.3%가 각각 디자인(포장디자인 포함)이 우수해서라고 대답했다. 또한 내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산 소형가전제품의 경우는 국내소비자들 이탁월한 디자인을 구매동기의 제 1순위로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로 국산 전기전자제품이 여타품목과 마찬가지로 품질면에서는 외산제품과의 수준을 많이 좁혔으나 디자인、 포장 、 마무리 등 여타 비가격적 요소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것을 상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소비자들의 외제선호사상은 엄밀히 말하면 "외산디자인 선호사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특히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제품구입 패턴은 업체들마다 비슷비슷한 품질은 크게 따지지 않고 개인취향이나 심미적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디자인은 과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정도에서 이제는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과거 외국의 바이어들이 한국상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 했던 저렴한 가격에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됨에 따라 선진국들의 디자인 무기화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디자인역량을 확보하는 문제는 전자산업을 망라한 국내 전산업계에 심각한 현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