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이웃사촌, 지는 한해 "밝은 등불"

하이텔의 사회봉사 동호회인 "난초에 사랑" 회원들은 95년을 보내는 느낌 이누구보다 남다르다. 어느해 못지않게 많았던 사건.사고 때문이 아니다. 비 자금 사건이나 삼풍사고처럼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온라인을 타고 퍼져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온정이 만든 것이다. 지난 5월 이 동호회 회원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접해야 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방문 시간을 함께 하던 명진보육원의 백수현이라는 한 어린이가 골수암으로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 수술비도 수술비지만 우선 수혈이 급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에서 동호회와 플라자란에 도움의 글을 올린 난초에 사랑 운영진은 "통신의 기적"을 보았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서울은 물론 부산에서까지 자원봉사자 들이 모여들었다. 글을 올린 지 얼마되지 않아 각지에서 헌혈증서를 보내겠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난초에 사랑이 이 캠페인을 통해 받은 헌혈증서는 모두 1천4백여장.

백수현양의 수술에 쓰고 남은 헌혈증서는 장기운동본부, 여의도 성모병원 에전달됐다. 난초에 사랑의 한 관계자는 "그 때 통신인들의 따스한 사랑을 그 어느 때보다 눈물겹게 느꼈다"고 말한다.

비록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통신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이버공동체"의 위력을 과시한 셈이다.

어느새 95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길목. 거리에는 자선남비를 앞에놓은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컴들은 불우이웃을돕자 는 캠페인을 앞다퉈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연일 터져나오는 달갑지 않은소식 때문인지 이웃들을 위한 손길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점점 메말라가는 현실사회의 풍속도와는 달리 온라인에는 드러내지않으면서도 주위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내고 있는 모임이 많이 있다.

하이텔에는 난초에 사랑(orchid)외에도 소년소녀가장돕기 모임인 물망초(f gmn), 한사랑(hsr), 장애인 복지모임인 두리하나(rehab) 등이 활동하고 있다. "한사랑"은 한 달에 두 번씩 암사재활원을 방문, 청소와 식사준비 등의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물망초는 모두 7명의 어린이 가장들을 후원하고 있다. 매직콜에는 사회인 동호회(social), 꽃들에게 희망을(hftf), 모두하나(han a) 등이 봉사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인동호회"는 한국재단복지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무의탁노인 10명과 대전 천성원내 온달의 집에 매달 50만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장애인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아나 무의탁노인 등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모임인 "꽃들에게 희망을"은 매달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고있다. 또 "모두하나"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호(ssociety 3), 참사랑(ssociety 9), 손짓그리기(soohwa), 나누리(nanu ri), 종합복지포럼(wel),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봉사단(ssoceity 11) 등은 나우누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회봉사 동호회들이다. 정신지체아 자원활동을 취지로 결성된 "산호"는 지난 2일 지체부자유아들의보금자리인 은평천사원과 샤롬의 집을 돕기 위해 일일호프를 개최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다니엘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방문하기도 했다.

"종합복지포럼"은 지난 여름 방문했던 거제도에 있는 자비의 마을, 대자원 과자매결연을 맺었다. 또 정신질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결성된 지역사회정신건강 자원봉사단"은 정신병원에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다. 이같은 일상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각 동호회들은 연말을 맞아 이웃과 정을 나누기 위한 여러가지 행사들을 마련, 차가운 겨울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하이텔의 패션디자인동호회(fdsig)는 오는 25일 오후 1시부터 서울의 한 카페에서 삼풍백화점 사고 유가족 돕기 자선바자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중고물품은 물론 미치코런던.동일레나운 등 기성복 업체들의 협찬을 받기로했다. 또 삼풍백화점 사고때 자원봉사대로 활약하기도 했던 자원봉사동호회(vol) 는오는 30일 오후 1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제2회 헌혈캠페인을 가진다. 이 행사는 백혈병에 걸린 변한영군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나우누리의 "여성주의 문화연구 모임"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숙소인 나눔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성금을 모금한"참사랑" 동호회 역시 오는 24일 컴퓨터안시로 만든 성탄절 카드와 선물을 들고 보육 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나우누리의 수화모임인 "손짓그리기"는 장애우 장애우 권익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장애우 대학에 회원들이 대거 참여, 봉사할 계획이다.

모두 통신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 하이텔 자원봉사대 팀장으로 활약했던 문동열 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안면도 없는 이들이 한곳에 모여 봉사활동을 할 수있느냐고 묻는다"며 "그때마다 혈연.지연.학연과 더불어 또하나의 인맥으로 떠오르는 (전자연)때문이라고 답해준다"고 말한다. 같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이라는 사실이 서로 생활하는 공간의 거리와 나이차 등을 뛰어넘어 일체감을 느끼게 해 준다는 말이다.

사회봉사 동호회에 가입해 있다는 한 회원 역시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들인데도 많은 사람이 같은 "통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꺼이 도움을주려 한다"며 "드러내지 않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다른 사람과 어려움을 나누려는 통신인들의 따뜻 한노력은 사이버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사 이버공동체"는 통신을 매개로 다양한 교류가 활성화될 때 더욱 든든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장윤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