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입출금기(ATM)의 위폐감식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선 국내 실정에 적합한 지폐인식기술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ATM기기 생산업체들에 의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최근 조흥은행 광주지점 365일 자동화 점포에서 발생한 ATM을 통한 위조지폐 입출금 사건으로 또 다시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에 ATM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효성T&C를 비롯해 청호컴퓨터, LG전자, 제일정밀 등이며 이들은 각각 일본 히타치, 오므론, 오키, 후지쯔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조립생산하거나 직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업체들은 핵심기술인 지폐인식모듈 기술을 기술제휴 업체로부터 그대로 도입해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개발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에 위폐사건을 일으킨 ATM장비는 일본의 지폐인식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제품으로 은행의 안일한 기기운용 등 요인과 겹쳐 위폐 감식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전자는 우리의 화폐 규격 및 현금유통 상황에 맞지 않는 일본의 오키사 제품을 그대로 도입해 공급했고, 조흥은행은 선진국보다 훼손된 지폐의 유통량이 많은 국내 화폐유통 상황을 고려해 지폐인식센서의 강도를 낮춰 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폐인식센서의 강도를 조금만 높여도 구겨지고 때묻은 지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기계걸림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막기위해 센서의 강도를 낮추어 운용했다는게 조흥은행측의 해명이다.
기계걸림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들 ATM기기가 원화가 아닌 엔화 기준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엔화를 기준으로 제아무리 정밀하게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국내 화폐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조지폐의 감식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 환경과 원화 규격에 맞는 지폐인식모듈을 개발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화폐정보를 자동화 기기업체들에게 공개하고 자동화기기에 적합하도록 화폐를 제작및 인쇄하는등 공동 노력이 강구되어야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폐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기술개발업체 등이 주축이 되어 표준안을 마련하고 표준규격을 업체들에 공개,ATM기기를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생산된 제품은 일정한 검증 과정을 거쳐 우선 구매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것이다.
지폐인식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인 일본은 관련 기술개발 및 표준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장비 생산업체 등이 공동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가 나올 경우 관련 업체 개발 담당자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새 화폐에 대한 보안을 유지해가면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처럼 관련기관 및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해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폐인식기술의 국산화가 전제되지않는한이번에 발생한 위폐사건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게다가 국내 보급된 ATM기기는 입금된 현금이 곧바로 인출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번 위폐 사건을 계기로 이에 다른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