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웨이퍼 일관가공(FAB) 반도체사업에 참여한다.
동부는 그동안 신규 전략사업으로 적극 검토해온 반도체사업을 연내에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이달중 합작 및 기술제휴처 선정을 마무리지어 상반기 안에 별도법인을 설립, 하반기에 공장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동부는 총 1조5천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 장호원 인근 5만평의 부지에 하반기부터 월 2만5천장 규모의 웨이퍼 가공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을 검토중인 제품은 플래시메모리, EEP롬, D램 등으로 그간 협상을 벌여온 일본 미쓰비시, 미국 IBM, 독일 지멘스 가운데 한 업체를 최종 선정해 이른 시일 내에 별도법인인 「동부전자통신(가칭)」을 설립, 반도체사업을 전담시킬 계획이다. 현재 동부는 이들 협력처와 합작투자를 원칙으로 협상중인데 합작이 여의치 않아 기술협력관계를 맺을 경우 생산제품을 OEM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부는 반도체사업 참여를 위해 지난해 5월 LG출신의 강경일 부사장을 영입해 「S프로젝트」팀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현대전자 시스템IC 본부장을 역임한 민위식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전문 고급인력을 보강해 왔다.
동부가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국내 반도체 FAB 생산업체는 반도체 3사 외에 아남산업, 한국전자, 대우전자 등을 포함해 7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8인치 웨이퍼 가공라인을 갖춘 업체만도 한국전자와 대우전자를 제외한 5개사로 늘어나 국내 반도체산업 저변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동부가 반도체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지난해 동부그룹의 매출은 6조원 정도. 그간 반도체사업 진출을 꿈꿔온 몇몇 중견그룹에 비하면 자금력이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반도체 FAB사업에 많게는 수조원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룹차원의 리스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이 보다 심각하게 보는 문제점은 주력품목 선정이다. 현재 동부가 고려중인 롬(ROM)시장은 대만업체의 저가공세가 심하고 시장도 갈수록 사양화되는 품목이며, 플래시메모리는 차세대 시장 유망품목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인텔, AMD 등 기존 강자들의 아성이 워낙 단단하고 기술특허, 표준화 등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웬만한 협력업체를 붙들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D램의 경우 기반기술과 국내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돼 시장진입은 용이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반도체 3사의 「용인」이 필요하고 대만보다도 뒤쳐진 후발업체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난제중의 하나다. 그룹 성격상 전자분야가 취약한 동부로서는 장기적으로 제강과 화학분야에서 인력을 육성한다 해도 막상 FAB 전문인력은 스카우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동부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도 결코 적지는 않다. 한국데이타퀘스트의 손종형 지시장은 『동부와 같은 대그룹의 반도체시장 참여는 궁극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저변을 강화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제하고 특히 공장부지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전문인력 영입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룹 총수인 김준기 회장의 반도체사업에 대한 열의를 고려할 때 성공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이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협력처 선정과 조건 등이 밝혀진 뒤에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