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푸 파이터스, 「The Colour and Shape」

지난 94년 4월, 90년대 대중음악사에 큰 물꼬를 튼 그룹 「너바나」의 리드보컬 커트 코베인이 그의 자택에서 권총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그룹 너바나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장르를 개척했고, 그 영향력이 미국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록의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건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코베인 사망 후 너바나는 크리스 노보셀릭과 데이브 그롤 두 멤버만 남은채 활동이 거의 중단됐었다.그러나 남은 두 멤버 중 드럼을 치던 데이브 그롤이 지난 95년 「푸 파이터스」라는 그룹을 조직했다.

너바나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제쳐놓고서라도 푸 파이터스는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었다. 의도적인 면이 작용했겠지만 너바나와는 음악적 색깔이 전혀 다른 푸 파이터스의 데뷔 앨범은 음악적으로, 상업적으로 데이브 그롤의 홀로서기를 공고히 다져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누구나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상큼하고 흥겨운 「BiG Me」의 뮤직 비디오는 상투적인 광고내용으로 종종 웃음거리가 되는 멘토스 드롭스를 패러디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1집 성공에 자신을 얻은 그롤은 이번에 2집 「The Colour and Shape」을 발표했다. 이번 2집은 주위를 떠들썩하게 할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여전히 실속있고 알차다는 느낌이다. 코베인의 보컬이 격정적인 감정의 배출구 노릇을 한다면 그롤은 단정하고 반듯한 정석 보컬리스트라 할 수 있다. 코베인의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난함을 원하는 이들에겐 훨씬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론 억울하겠지만 그롤은 타의에 의해 코베인과 장기간 비교 대상이 될텐데, 푸 파이터스가 어쩌면 그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몫을 하게 될 것 같다. 1집이 신고식치고 성공작이라면 이번부터는 본격적인 전투가 되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그가 독자적인 뮤지션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지 판가름날 것이다. 다행히 출시된 첫 주에 앨범 차트 10위에 올라 시작부터 순항이다.

첫 싱글 「Monkey Wrench」는 너바나시절의 그림자가 느껴지지만 굳이 그런 해석을 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 「Hey, Johnny Park」「My Poor Brain」「February Star」 등 숨어있는 곡들에서 부드럽고 다채로운 데이브 그롤의 냄새가 역력히 난다. 과거의 영광 때문에 대중성보다 실험성 쪽으로 흘러 버리는 뮤지션들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푸 파이터스의 거듭나기 시도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팝칼럼니스트, 박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