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중대형컴퓨터용 RAID 독립상품으로 거듭난다

국내 중대형 컴퓨터용 보조기억장치(RAID)시장이 올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RAID(Redundant Array of Inexpensive Disks)는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대형 컴퓨터와 함께 공급되는 보조기억장치로 인식돼 국내에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생소한 개념의 제품이다.

값싼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여러대 적층해 놓은 보조기억장치로 불리던 이 RAID는 최근들어 그 개념이 「Redundant Array of Independant Disks」로 확대되면서 지금까지 잠재됐던 시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대형컴퓨터의 단순 보조기억장치라는 설움을 벗어던지고 독립적인 상품으로서 거듭난 것이다.

이처럼 RAID가 독립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까닭은 중대형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의 용량이 커지고 이를 통해 획득된 각종 데이터 양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 중대형 컴퓨터내 보조기억장치로는 더 이상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웨어 하우징, 주문형 비디오 등 대용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전산시스템 수요가 늘어나고 네트웍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인트라넷 형태의 전산시스템 구축이 활기를 띠면서 여기서 전산처리된 대규모 데이터를 안전하게 별도 저장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여기에다 예기치 못한 전산장애가 발생할 경우 기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는냐의 여부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면서 데이터의 저장 및 관리, 자동 복구의 기능까지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RAID는 전산시스템의 핵심 장비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RAID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데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중대형 컴퓨터의 보조상품으로 인식되어 서버 공급업체는 RAID를 별도 계정으로 분리하지 않았고 RAID 전문업체들도 비공개(?)리에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드러내 놓고 국내 RAID시장의 규모 밝히기를 꺼려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장막 속에 가려져 있던 국내 RAID시장이 황금알을 캘 수 있는 노다지 시장으로 부각되면서 이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업체가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RAID를 공급한다고 알려진 업체는 줄잡아 30여개 업체를 넘어서고 전세계적으로는 1백여개 업체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국내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약 10여개업체가 국내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국내 컴퓨터 유통업체와 협력을 타진해 오고 있어 RAID 공급업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RAID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신규 참여업체의 수가 늘어나자 그동안 이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아왔던 한국EMC, 한국데이타제너럴 등 기존 RAID 전문업체들은 시장 방어와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RAID의 중요성을 부각시기고 아울러 자사가 이 시장에서 선두에 있음을 은연중 홍보하고 있다. 기존 업체의 이같은 전략 수정은 잠행식 사업 보다는 공개경쟁을 통해 국내 RAID시장 파이를 더욱 키우고 선두업체로서의 위치를 확보해 나가자는 속셈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두업체들이 전망하고 있는 국내 RAID 시장규모는 올해 대략 1천6백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대형 서버용 RAID시장이 약 8백억원 남짓하고 특정 유닉스 서버에서만 지원되는 RAID 시장이 4백억원이며 범용 유닉스 서버용 RAID시장이 3백억원 정도다. 이밖에 최근 신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윈도NT용 RAID시장이 1백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인프레임용 RAID는 주로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 등이 자사 메인프레임과 함께 묶어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EMC,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LG히다찌 등이 메인프레임용 RAID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대형 메인프레임 RAID 전문업체인 한국EMC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IBM의 메인프레임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어 이채롭다.

메인프레임 다음으로 시장규모가 큰 특정업체 전용 유닉스 서버용 RAID시장도 폐쇄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국HP, 한국디지탈, 한국NCR, 한국실리콘그래픽스, 지멘스피라미드, 쌍용정보통신(시퀀트) 등 주요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본사 차원에서 체결한 특정 RAID업체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RAID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RAID시장에서 감추어져 있었다.

전용 유닉스 서버용 RAID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개방형 RAID 시장은 RAID 전문업체들이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 즉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한 썬호환기 업체의 RAID, 한국IBM 등 메인프레임에 치중하고 있는 업체의 유닉스 서버용 RAID, 국산 주전산기용 RAID가 RAID 전문업체의 주공략 대상이다.

무주공산이다시피한 범용 RAID시장에는 이 부문 선두업체인 한국데이타제너럴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LG히다찌가 뒤를 추격하고 있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LG히다찌가 공급하는 RAID는 모두 일본 히타치 제품이다. 또 최근에는 미국 심비오스를 인수한 현대전자가 개방형 RAID를 국내 공급하기 시작했고 동인하이테크(스토리지디멘전), 지오이네트(레가시), 동일씨아이엠(박스힐), 창명시스템, 솔컴시스템 등 20여개 중소 RAID 전문업체가 이 시장에 가세, 범용 RAID를 둘러싼 공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범용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한국데이타제너럴 등 RAID 전문업체들은 그동안 무심했던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시장방어 차원에서 새로운 시장개척 차원의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다.

RAID전문업체들이 강조하고 있는 마케팅 초점은 「RAID는 RAID 전문업체가 잘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그동안 폐쇄시장으로 남아있던 특정 유닉스 서버업체의 RAID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을 주도해온 IBM, HP, NCR, SGI, 디지탈, 시퀀트, 유니시스 등의 유닉스 서버 용 RAID 시장에는 국내 진출한 RAID 전문업체가 직접 제품을 팔기가 곤란했다. 왜냐하면 이들업체는 이미 본사 차원에서 OEM 공급이 맺어졌거나 RAID가 서버의 한 부품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대형 컴퓨터를 구매한는 기업들은 시스템에서 RAID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사실 알 필요가 없었다.

RAID 전문업체들은 이같은 점을 파고 들고 있다. RAID를 중대형컴퓨터와 분리 구매하고 용량 증설시 전문업체의 제품을 구입할 경우 경제적인 이득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버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업체의 RAID제품보다 전문업체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최소 30% 정도는 저렴하다는 게 전문업체들의 주장이다.

RAID 전문업체가 가격으로 시장진입 공세를 가속화하자 한국IBM, 한국디지탈,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유니시스 등도 최근들어 타사 유닉스 서버를 지원할 수 RAID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RAID를 독립 상품화하여 외부 판매에 나서고 있다.

RAID 전문업체와 유닉스 서버업체간 시장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형 메인프레임용 RAID시장을 공략해온 한국EMC가 유닉스 서버용 RAID를 공급하기 시작해 유닉스 서버용 범용 RAID 시장 경쟁 또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물론 한국데이타제너럴, LG히다찌,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한국디지탈 등 유닉스 서버용 범용 RAID업체들도 메인프레임에 대응할 수 있는 대형 RAID 제품을 최근 출시하는 등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최근들어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윈도NT 서버 붐을 타고 여기에 연결되는 RAID 또한 덩달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클러스터링 기법을 이용해 윈도NT 서버만을 갖고 전사적 차원의 전산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윈도NT의 성능확장이 가능해 짐에 따라 윈도NT 서버용 RAID 수요도 기하 급수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윈도NT 서버용 RAID 부문에는 동인하이테크, 지오이네트 등 전문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기존 유닉스 서버용 RAID업체들도 이 시장 진입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구축중에 있다.

『국내 RAID시장은 매년 50% 이상 성장세를 지속, 조만간 서버에 버금가는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고 한국데이터제너럴 손영진 상무는 밝히면서 『RAID는 이제 중대형 컴퓨터의 단순 보조기억장치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저장, 관리해주는 싱크탱크로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