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클럽, 「문민정부의 방송정책 총점검」 심포지엄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오늘날의 방송환경에서 문민정부 방송정책의 공과는 무엇인가. 방송인들의 모임인 여의도클럽(회장 김도진 서울국제위성뉴스대표)은 창립 7주년 및 방송 70주년을 기념해 「문민정부의 방송정책 총점검」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 및 토론자들은 문민정부 방송정책을 평가절하하며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에 대해 21세기의 방송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민정부의 방송인허가 정책」을 주제발표한 유의선 이화여대 신방과 교수는 RFP(사업제안서)방식으로 이뤄졌던 문민정부의 방송인허가 정책과정은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정부실무자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현철씨의 지역민방 및 케이블TV 허가 개입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현철씨 의혹은 문민정부가 정한 RFP방송 인허가과정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사건』이라면서 『비단 김현철사건이 아니었을지라도 전문적이고 양식있는 심사위원의 선정, 객관적인 심사기준도 이제 심각히 고려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문민정부의 인허가정책은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외형적으로 규제완화의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무부서 및 현정부의 이해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절하했다.

유 교수는 앞으로는 RFP의 보완과 더불어 입찰, 경매제의 활용을 통한 인허가정책, 방송매체간 사업적 연계 및 수직적, 수평적 결합허용, PP(프로그램 공급사)의 등록제를 이제 심각히 검토해야 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그는 방송사업에 대한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조정이 과제라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서는 방송인허가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가군으로 구성된 수시과제(Task Force)팀을 다양하게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문민정부 방송정책의 문제점과 교훈-통합방송법의 입법과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황상재 한양대 신방과 교수는 오래 전에 개정됐어야 할 방송법의 개정이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현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통합방송법의 입법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정부가 곰곰이 되씹어야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황 교수는 방송법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로 『정치적독립, 공익성확보, 경쟁력 확보, 다양성, 방송산업 육성 등 여러 가치들이 양립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그러나 정작 문제는 문민정부 특히 청와대 방송행정실세들이 다양한 이해집단의 반발을 직접 설득하기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의 최종결정권한이 청와대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보다 큰 책임은 청와대의 몫일 것이라는 게 황 교수의 주장이다.

황 교수는 또 부처이기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방송법 제정을 둘러싸고 공보처와 정보통신부가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을 노정시키는 한편 관련기관들까지 동원,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 현저히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가 공보처와 정보통신부의 갈등과 이견을 조정하는 데 있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문민정부의 방송정책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정권은 다음 세가지 사항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더이상 방송정책을 정치의 종속변수로 취급해서는 안되며, 정부기관간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송정책의 난맥상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백지 위에서 방송정책담당기구를 새로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과 같이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된 방송환경하에서는 방송행정을 담당하는 책임자나 관련기관의 책임자가 전문가여야 한다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