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에 「트렌드코리아, 안연구소 지분인수 무산」이란 제목의 화제성 기사가 실렸다.
아이에스에스가 회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세간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게 된 순간이다. 국내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외국기업으로부터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시달리는 안연구소를 도와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대체 아이에스에스가 어떤 회사인데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알토란 같은 현금을 동원해 안연구소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었음은 물론이다.
김홍선 아이에스에스 사장은 이에 대해 『트렌드코리아에서 지분을 인수하려니 기왕이면 전략 제휴관계에 있는 아이에스에스에서 인수하는 것이 어떠냐는 안연구소측의 제안을 받고 경쟁업체인 대만의 트렌드에서 안연구소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침 인수조건도 상당히 좋았고 전략 제휴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서 안연구소 지분인수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안연구소와 트렌드가 벌인 지분경쟁 덕에 유명세를 탄 셈이다.
사실 아이에스에스는 지난 95년 7월 설립 이후 2년여의 짧은 활동기간에 「국내 최초의 한미합작형 방화벽(파이어월) 개발」 「국내 최초의 바이러스월 개발」 「네트워크 트래킹 기술 개발」 등 적지 않은 개발성과를 올렸다. 주력사업 영역이 대중적으로 쉽게 공개하기 어려운 보안과 관련된 분야이다 보니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실적을 부풀리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생각도 아이에스에스가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서도 여타 벤처기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아이에스에스는 2년 전 대기업이나 전문업체의 개발 및 연구분야에서 10여년 이상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모여서 설립됐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커다란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대학인 퍼듀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홍선씨를 사장으로 추대했다. 김 사장은 세계 방화벽 시장에서 선두권에 올라있는 TIS사의 사업 기획에 참여했던 인연을 살려 정보보안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구성원 대부분이 오랜 사회 경험을 갖다 보니 실력보다 과장되게 알려지는 것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자칫 실력 이상으로 알려져 실망감을 안겨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사 직원들의 실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후배들이 모여 만든 다른 벤처기업처럼 저돌적으로 모든 것을 내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에스에스가 내걸고 있는 목표는 오히려 다른 어떤 벤처기업 못지 않게 당차다. 「고객이 원하는 세계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아이에스에스가 이를 실현하는 방법도 여타 벤처기업과는 조금 다르다. 세상 무서운 맛을 봤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스럽고 현실적이다.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시작해 세계 정상에 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현실성있는 방법을 찾아 시장을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대해 김홍선 아이에스에스사장은 『이제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무조건 써야한다는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자체 개발은 물론 국내외 정상급 기업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형성, 외국 솔루션과 자체 개발품이 균형을 이루어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아이에스에스가 처음으로 뛰어든 것이 미 TIS사와 공동으로 추진한 한국형 방화벽 개발이다. 명실상부한 한국형 방화벽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네트워크 환경을 조사해 모델화하고 자바 코드로 새로운 운영환경을 만들었다. 또 TIS의 방화벽 엔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NAT 등 핵심 기술을 보완해 성능과 사용환경 양측면에서 모두 국내 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한국형 방화벽 「건틀릿K」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미국 인터넷 시큐어리티 시스템스사와도 전략적으로 제휴해 국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업 네트워크의 보안수준을 수치화해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리얼시큐어」 솔루션을 추가했다. 보안 컨설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아이에스에스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바이러스월」 개발이다. 백신엔진이야 안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분야인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아이에스에스가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0월 초 공식 발표를 목표로 마지막 성능개선과 안정화 작업에 있는데 벌써부터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그동안 경쟁관계에 있던 일부 방화벽업체까지 아이에스에스와 대리점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방화벽 기술을 알고 있는 업체가 개발, 방화벽 엔진과 백신 엔진을 효과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이다.
아이에스에스는 한국형 방화벽 개발, 바이러스월 개발까지를 세계 정보보안 시장에서 정상에 서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초까지 자바와 보안을 결합한 새로운 보안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아직까지 전세계 어떤 업체도 뛰어들지 않은 분야다. 인터프리터 형태의 자바 언어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보급이 늘어나면 컴파일러 형태인 C언어로 짜여진 기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와는 전혀 다른 보안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바는 DBMS 접속문제부터 CORBA 접속, 기존의 레가시 시스템과의 접속 등에 있어 기존 기술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해 백엔드에서부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는 것이 아이에스에스의 구상이다.
이 회사는 최근 각종 보안검색 엔진을 통해 나온 로그인 정보를 통합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리하고 분석, 해커의 침입을 탐지하는 보안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상품화를 준비중이다. 이 제품은 에이전트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추적해 올려보내는 보안관련 데이터를 분산환경의 서버를 통해 관리하게 되는데 자바와 보안기술을 결합한 첫 제품이 될 전망이다.
【함종렬 기자】
[인터뷰] 아이에스에스 김홍선 사장
『아무리 벤처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처음부터 기술력으로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같은 고도산업의 경우 국내 신생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아이에스에스 김홍선 사장(36)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외치는 다른 벤처기업과 달리 신중한 자세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벤처기업가다운 패기 만만한 자신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운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
-국내 기술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갖는 여타 벤처기업 경영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아이에스에스의 목표도 세계 제패입니다. 방법론과 시간이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세계적 업체들과 당당히 겨뤄볼 수 있는 분야는 아직도 많습니다. 경쟁력있는 분야를 어떻게 찾아내서 준비하느냐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높은 것을 바라본다고 해서 처음부터 겁을 먹거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결국 세계 정상에 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아이에스에스는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우리는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유닉스 전문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초기 미국 TIS와 전략 제휴해 한국형 방화벽을 개발했습니다. 아이에스에스가 네트워크와 국내 기업환경을 몰랐다면 TIS가 손을 잡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도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와 방화벽 기술을 안연구소의 컴퓨터 백신기술과 결합한 바이러스월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어 두 회사 모두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방화벽과 백신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대적으로 자체 기술개발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앞서 얘기했듯 처음부터 달릴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벤처기업은 기술력을 갖춘 신생 전문기업입니다. 유력업체와 전략 제휴관계를 통해 우리는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는 벤처업체들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또 그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기술력을 축적한 만큼 자바와 보안을 연계한 독자적인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정보보안과 자바기술을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업체가 전세계적으로 드문 만큼 이 분야에서의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