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통신 시장개방과 대응전략

세계 정보통신산업은 경쟁체제로 급격히 옮겨가는 총체적 구조변혁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미국, 영국 등 일부 경쟁체제에 익숙한 소수의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세계 기업들은 일대 혼돈상태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초점은 다른 여타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쟁」과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는 혼돈상태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은 사실 자본주의 철학으로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그 바람을 선두에서 맞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 정보통신업계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경쟁환경에 직면해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이 내년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AT&T, 브리티시텔레콤(BT), 글로벌원,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C&W) 등 다국적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내년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정에 의해 한국 통신시장 진입장벽이 사실상 제거됨에 따라 합작회사 설립,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대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최근 콜백, 인터넷폰 서비스를 전담할 별정 통신사업자의 등록요건이 확정되고 국내업체들이 국제망을 갖춘 다국적 통신업체와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경쟁환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기술 선진국들이 정보통신산업에 쏟는 열정은 유별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국가의 운명을 건 필사적 투자로 정보기술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의 정보산업이 세계로, 미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방책이 있다면 그 누구와도 손을 잡는 게 오늘의 세태이다. 오월동주가 따로 없다. 같은 목적을 위해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기 일쑤다.

미, 일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기업들의 전략적 제휴도 현재의 세계시장 지배력을 미래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수단에 다름 아니다. 기술선진국들이 정보통신산업을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고리로 인식하고 저마다 집중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국내 정보통신시장의 완전 개방은 이제 현실이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경쟁을 통한 시장논리 속에서 살아 남고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남이 쉽게 모방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시장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고유한 힘을 확보해야 한다. 정보통신 장비에 이어 통신서비스와 문화까지 외국업체가 장악할 경우 우리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쨌든 이같은 극한 상황은 막아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개방화, 국제화한 정보통신시장에 대비하여 지난 몇년 동안 제2, 제3 국제전화 사업자 선정, 시내전화사업에의 신규참여 허용, 장비제조업체의 서비스 사업참여 허용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다. 이는 정보통신 서비스 및 장비제조업체로 하여금 종래의 독과점 시장환경에서 점차 개방경쟁체제에 걸맞은 체질을 유도하기 위한 시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우리 아성을 지킬 만한 힘이 모자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늘의 세계 통신시장은 의타적 사고로는 더 이상 발 붙일 틈이 없다. 기업 스스로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경쟁적 시장논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제화하는 새로운 기업환경에서 지속적 성장은커녕 존재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가 차별화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더 좋은 무기는 없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서비스 선도노력은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나타나야 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부단히 개발해 신기술로 중무장한 외국기업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