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프로덕션 뿌리째 "흔들"

21세기 멀티미디어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방송산업이 IMF한파의 영향으로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독립프로덕션 업계가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산업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독립프로덕션업계의 위축은 국내 방송산업의 장래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독립프로덕션이 무너진다면 국내 방송산업은 10여년 이상 후퇴하게 됨은 물론 향후 영상산업 진흥에도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독립프로덕션업계의 어려움은 사실 IMF 도입 이전인 작년 상반기 방송광고시장의 위축 당시부터 예상됐었지만 이처럼 자력으로 풀기 어려울 정도까지 되리라고 예상치는 못했었다.

독립프로덕션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예를들어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독립프로덕션업체인 MBC프로덕션도 그렇다.

MBC프로덕션은 탄탄한 조직구성은 물론 MBC의 자회사란 강점을 유지하면서 KBS영상사업단과 함께 쌍두마차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 MBC프로덕션도 제작을 담당하는 1개팀을 축소했다. MBC 본사로부터 특혜를 받아왔던 제작물량이 줄었고 기업홍보물이나 케이블TV PP(프로그램공급사)로부터 의뢰받았던 외부제작물량이 거의 실종됐기 때문이다.

전문인집단으로 구성된 일반 독립프로덕션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최초의 독립프로덕션으로 활동해왔던 시네텔 서울의 경우 지난해 대표자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정리단계에 들어가 지금은 휴업상태라는 후문이다.

영상산업 진출을 꿈꿨던 대기업들이 그 창구로 이용했던 독립프로덕션 경영참여도 한물 간 상태이다. 대기업들이 투자했던 독립프로덕션조차도 상당수가 모기업의 부도로 곤혹스러운 상태이며 일부 대기업들은 사업구조 조정 차원에서 독립프로덕션을 미련없이 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6년에는 한보그룹이 영상사업 진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한때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했던 한맥유니온은 이제 명맥만 남은 상태이다. 청구그룹이 대구방송과 함께 투자했던 파라비젼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 두 기업 모두 모기업의 부도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라 별다른 자구책이 있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신동아그룹이 영상산업 진출을 위해 지난 96년 투자했던 신동아 파나비젼을 1월말로 정리,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신동아파나비젼의 경우 독립프로덕션과 함께 신동아그룹의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사업 진출의 창구로 이용하려 했으나 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리로 결론이 난 상태이다. 법인은 남겨 놓을지라도 조직 및 인원은 전원 정리키로 해 사실상 폐업이나 마찬가지이다.

독립프로덕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계속됨다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떨어져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예측은 주변상황을 감안할 때 설득력을 갖는다.

케이블TV PP는 물론 지상파 방송3사 모두 방송광고가 급격히 위축되자 외주물량을 대폭 축소했고 이에 IMF한파가 더해지자 모든 방송사가 외주물량 축소,방송시간 축소,방송프로그램의 재탕,삼탕으로 일관했다. 짭짤한 수익원이었던 기업홍보물 제작의뢰도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다.

독립프로덕션계 입장에서 볼 때 전부문에 걸쳐 생명줄이 끊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 수요의 대폭적인 축소는 곧바로 방송프로그램 덤핑수주라는 내분으로까지 번졌다.

독립프로덕션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독립프로덕션계는 꿈과 의욕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던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전제하며 『이같은 추세라면 사업정리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독립프로덕션의 몰락이 방송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독립프로덕션의 몰락이 방송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자명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영상산업 진흥이나 멀티미디어산업 육성의 꿈도 접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