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게 바람직한가.
새방송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방송시장의 대외개방 문제가 방송계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루머트 머독이 DSM과 제휴해 국내 위성방송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한 이후 외국자본의 국내 방송시장 진출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를 놓고 방송계에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장개방론자들은 국내 방송소프트웨어산업의 진흥과 IMF구제금융 이후 벌어지고 있는 외화난을 해소하기 위해 방송분야의 외국자본 진출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반대론자들은 프로그램 수입에 따른 외화 유출과 문화적인 종속을 우려,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에선 지상파를 제외한 뉴미디어 분야의 경우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진출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단계는 지났다는데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회전반적으로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활발한 상황인데다 경영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케이블TV나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한 위성방송의 경우에는 외국자본의 긴급 수혈 또는 대거 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방송개발원의 정용준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새정부 방송정책」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준비되지 않은 시장개방」이나 「대안없는 빗장걸기」 모두 문제가 있다며 국내상황에 적합한 개방일정과 강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일본, 프랑스등 방송 선진국들도 개방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대처했으며 시장개방의 주역인 미국조차 상호주의에 입각해 방송시장의 완전개방을 유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7년 11월 현재 방송서비스 개방에 임해야하는 국가는 OECD 가입국 26개국과 부문 가입국가(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3개국 등 총 29개국인데 이 가운데 미국, 프랑스, 호주, 일본, 영국, 폴란드, 터키, 스페인, 멕시코, 캐나다 등 11개국이 방송서비스 분야에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대외시장의 개방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방송시장을 탄력적으로 개방했다. 90년대 초반의 뉴미디어 정책의 실패를 거울삼아 외국업체에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 뉴미디어 산업을 진흥시키는 정책을 펼쳤다는 주장이다.
현재 일본은 지상파와 위성방송은 20%, 케이블TV는 33%까지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케이블TV에 외국자본의 참여가 허용되면서 미국의 TCI사가 일본의 스미토모상사와 공동으로 복수SO(MSO)인 주피터텔레컴과 프로그램공급사인 주피터프로그램을 설립했으며 디렉TV, J스카이B 등 디지털 위성방송이 일본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일본은 외국 위성방송의 시장진입을 허용할 당시에도 일본의 전략산업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채널의 진입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정 연구원은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원의 김대호 박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선진방송정책자문위원회 등의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동안 「국내 방송시장 육성 후 대외개방」이라는 논리를 펼쳐왔지만 그간 국내 방송산업이 육성된 것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방송시장의 대외개방 유예」를 지난 89년부터 계속 부르짖어 왔지만 결국 「유예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회의가 최근 마련한 새방송법 시안은 지성파TV,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 등의 분야에서 외국자본의 참여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전송망사업(NO)과 종합 및 보도채널을 제외한 방송채널 사용사업에 한해 외국자본의 지분을 각각 33%와 15%선까지 허용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분야의 경우 업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에 상당히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위성방송과 종합유선방송은 초기투자자금 확보 및 외국의 선진경영기법 도입을 통한 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자본의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경부가 98년 4월 1일자로 PP와 SO에 대해 30%의 범위내에서 외국자본의 진출을 허용키로 방침을 밝힌 만큼 새방송법 제정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