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아르구스

우주정거장 미르에는 지구를 관측하는 독일제 카메라가 한 대 장착돼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백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이름을 따 「아르구스」라는 별명을 가진 이 카메라는 미르가 아시아 상공을 지날 때마다 중국 서안 일대를 촬영한다. 독일 마인츠 그리스, 로마박물관의 고고학자들이 이 일대 1백50㎢에 걸쳐 18명의 황제가 묻힌 대형 묘지의 비밀을 찾기 위해 촬영을 의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 고고학자들이 삽과 괭이로 땅속을 파헤쳐 수천년의 이끼 낀 유물을 찾아내던 방식에서 인공위성이나 항공기로 원격촬영 또는 원격측정을 통해 유물을 탐사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지난 91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오만에 있는 전설적인 유향의 도시 우바르를 발견한 것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보내온 위성사진을 통해서였다. 또 70년대 중반 미국의 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의 임페니얼 계곡 9천평에 이르는 농지를 현지답사도 하지 않고 25종의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위성사진 덕분이었다.

미국이 72년부터 쏘아올린 빅 버드라는 정찰위성은 지구에서 약 8백㎞ 떨어진 상공의 궤도에 머물면서 지상의 사람과 자동차는 물론 1m 이하의 크기를 가진 목표물까지도 선명하게 촬영해 전송한다. 이 때문에 냉전종식 이전에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적대국을 들여다보기 위해 첩보위성들을 수없이 쏘아올렸다. 요즘은 위성이 도시계획, 국토개발 등 국토관리는 물론 재난, 재해 발생시 현황파악 등에도 이용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이 이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늘의 스파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관측위성의 핵심은 카메라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을 쏘아올린 바 있는 우리나라가 이 위성에 장착될 핵심장비인 위성카메라를 우리 기술로 오는 2002년까지 개발, 아리랑2호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발할 카메라의 해상도는 고도 6백85∼8백㎞에서 지상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남몰래 먼 바다에 독성폐기물을 버리는 사람이나 부산으로 출장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내 몰래 외도하는 남편, 뺑소니치는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볼 게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