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주 KD파워 사장
「전력은 국력이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나라의 혈관에 비유되는 전력에너지 공급체계와 완성도를 정보통신보다 근원적인 위치에 놓으면서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요즘 두 개의 엇갈리는 보도가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가 전력예비율이 4% 미만으로 떨어져 위기상황이 강조됐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성수기인 요즘에도 17%대의 전력예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그 하나며, 전력수요 관리 및 절전대책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과 자금지원 계획이 통과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또다른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에서 우리는 모순을 찾아낼 수 있다. 관계당국이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절전대책을 수립한다고 하면서 최대수요 전력관리시스템 개발업체들에 전력계량기 프로토콜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력프로토콜을 개방하지 못했던 것은 수입품이 주류를 이루었던 22.9㎸ 이상급 계량시설의 핵심기술 대다수를 수입 외산품에 의존하던 시절의 산물이었다. 따라서 관계당국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절전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면 이 기회에 국가와 전력생산, 소비주체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하루 속히 계량기 프로토콜을 개방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비단 몇몇 관련업체만의 문제로 넘겨버릴 수 없는 사안이다. 절전용 전력관리시스템에 소위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의 동기추적 기술이라는 고가의 장치까지 제품 구성품으로 부착되고 있어 전력생산 주체 및 국민에게 이 부담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저렴한 가격의 동기추적 기술 무부착 시스템 개발업체의 입지를 낮추는 역기능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력향상을 목표로 한 전력배전 계통 선진화 과정의 비용을 상승시키는 불합리를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반영하는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을 끊임없이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경쟁보다는 보호에 안주하려 들고, 정책기관은 규제지도의 고삐를 늦추는 데 인색해 창조의 원동력인 발명과 신기술이 뿌리내릴 토양은 여전히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전력배전을 포함한 자가용 수배전 분야의 선진화를 위해서 관계당국은 일부 기업에 기득권만을 제공할 소지가 많은 각종 규제와 제도를 과감히 혁신하고, 이를 기술우위에 입각한 벤처기업간의 경쟁에 의한 생존방식 및 지원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지식기반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들의 성장배경을 보자. 우리는 그 나라 정부가 기업체에 「보이지 않는 손」 정도의 지원과 역할을 하면서 최소한의 규제와 간섭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역할이 현실적으로 작용할 때 정보통신 분야의 구축노력과 어우러진 전력배전 분야의 선진화 노력은 산업의 혈관과 신경망으로서 우리나라의 산업기반을 건강하게 할 것이다.
합리적인 전력수요관리 및 배전자동화 네트워크의 구성기술을 이루는 원천기술도 스스로의 생존법칙에 의해 개발되고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불합리한 관련제도와 지원책도 신중히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어설픈 지원책의 수혜로 온실의 화초처럼 예쁘장하게 생장되어진 벤처기업을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