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빗장 풀린 일본 대중문화, 영상산업 시스템을 바꾸자 (7.끝)

방송

 방송분야의 대일 시장개방은 정책 당국자나 일반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방송분야는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에 비해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정서적인 거부감이 심하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 정부는 영화·게임·애니메이션 등 타분야의 개방이 이뤄진 후에 방송분야를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방송시장 개방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이 강하고 정부 당국이 가급적 개방일정을 늦추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역설적인 것은 이미 국내 방송시장이 알게 모르게 일본의 방송문화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방송계에 상당히 만연돼 있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 표절과 차용은 「고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청자들은 이미 많은 부분 일본 TV 프로그램의 표현양식에 길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회의 길승흠 의원이 최근 발간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우리의 대응방안」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지상파 TV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는 사랑을 싣고」는 일본 민방 아사히의 「완전 특수선언 당신과 만나고 싶어요」를 모방했으며, 일본 오락 프로그램의 교과서로 알려진 일본 NTV 「매지컬 두뇌파워」는 국내 오락 프로그램의 참고서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KBS2TV의 「가족오락관」,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 등에서 일부 코너를 차용하고 있다.

 또한 일기예보 프로그램의 세트와 진행방식은 일본의 일기예보 방송을 모방하고 있으며, 국내 드라마는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의 기획을 차용하거나 심지어 드라마의 줄거리에서부터 음악, 카메라 앵글까지 표절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일본의 위성방송은 우리 안방 깊숙이 침투해 있다. 공식적인 개방 이전에 이미 중계유선·케이블TV·아파트 공시청시설 등을 통해 많은 국민이 일본의 NHK TV는 물론 디지털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디렉TV재팬의 프로그램을 수신하고 있다.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국내 침투는 거의 무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회의 정동채 의원이 최근 6백34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청소년의 영상(방송)매체 이용실태 및 유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문화의 개방으로 방송시장의 대일 개방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개방되는 영화·음반·애니메이션 분야를 방송사들이 취재 형식이나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할 경우 일본의 대중문화가 그대로 안방까지 침투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본 방송시장의 개방화 추세에 국내 방송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일본 프로그램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들어오기 이전에 국내 독립제작사들의 프로그램 제작능력을 한층 높이고, 지상파 방송3사의 독과점적인 방송시장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하는 게 시급하다.

 또한 프로그램 등급제와 방송평가제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일본 TV 프로그램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시청자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프로그램 등급제와 방송평가제의 도입 및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위성방송을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DSM의 한 관계자는 『다채널 위성방송을 조기 실시하는 게 우리 방송영상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우리 문화를 지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