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주소(도메인네임) 분쟁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인터넷 단체·전문가들이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을 위한 기구가 결성될 전망이다. 인터넷주소 분쟁의 실상, 분쟁해결책 마련을 위한 선결조건 및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고려돼야 할 사항 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국내 인터넷 전문가들은 인터넷주소 분쟁이 법정소송으로까지 발전하는 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데 대해 『인터넷주소가 단순히 인터넷에서 컴퓨터의 주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기업의 경제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주소가 전자상거래 추진기업의 홍보·마케팅·영업의 주요수단으로 인식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분쟁은 더욱 복잡다단한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는 말할 것도 없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인터넷주소 분쟁이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법원에 해결을 맡기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 인터넷주소 분쟁실태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 정식등록된 「.kr」 인터넷주소 분쟁은 1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hite.co.kr」 「consumerreports.co.kr」 「sindoricoh.co.kr」 등을 둘러싼 분쟁은 법정소송으로 번질 태세다. 그러나 모두 법에 호소하지는 않고 있다. 「freetel.co.kr」 「microsoft.co.kr」 등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 대표적인 예다. 알려지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합의에 따른 해결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KRNIC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주소를 둘러싼 다툼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활성화가 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생한 분쟁은 모두 인터넷이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97년과 98년에 발생했다.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정도가 심하리라는 것을 예측케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com」 「.net」 「.org」 등 전세계적으로 관리되는 것 가운데 가장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것은 「.com」으로 끝나는 인터넷주소. 이 주소는 누구나 신청하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주소 등록자와 상표·상호권 보유자간에 심각한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리 많은 수는 아니라는 게 관련기관의 설명이다. 지난해말 세계인터넷정보센터(INTERNIC)는 수천만 인터넷주소 가운데 분쟁에 휘말린 것은 수백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국내 기업·개인과 외국 기업·개인간 분쟁의 소지는 과거보다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인터넷주소 분쟁은 「.com」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내외간 「co.kr」 인터넷주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cisco.co.kr」 「citybank.co.kr」 등 국내인이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인터넷주소나 이미 사용중인 「cnn.co.kr」 「abc.co.kr」 「amazon.co.kr」 등은 언제든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인터넷주소들이다.
◇ 분쟁해결 대책마련 현황
국내 인터넷주소를 관장하고 있는 KRNIC는 현재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넷주소 등록시 상호 및 상표등록증을 제시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인터넷주소 사재기(스쿼팅)」를 막기 위해서다. KRNIC는 이와 함께 오는 4월부터 인터넷주소 등록을 유료화(연 3만원)하고 1기관에 2개의 인터넷주소를 허용하는 한편 개인도 인터넷주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역시 인터넷주소와 관련된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분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진만큼 부딪힐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유료화가 어느 정도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폐쇄적인 관리체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문제는 인터넷주소를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하면서도 분쟁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한국전산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특허청·서울대 소속 전문가들이 분쟁연구그룹(DWG)을 결성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 역시 조만간 이 작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DWG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분쟁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개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분쟁해결기구 마련 역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오는 6월까지 「인터넷주소 분쟁 조정규칙」 및 온라인법정 성격을 띤 「대안적 분쟁해결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도 관련법규를 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