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의 한국 전자산업 진출의 역사는 지난 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5년 9월에 미국 로열팩과 우리나라 중앙상역이 TV와 라디오를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이 그 효시라 할 수 있다.
이후 차관 중심이었던 정부의 외자도입법이 개정되면서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투자가 가능해져 60년대 후반엔 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했다.
최초로 한국에 직접 진출한 업체는 미국 반도체업체인 페어차일드(66년 4월)이며 시그네틱스(66년 7월), 모토롤러(67년 3월), IBM(67년 4월), 컨트롤데이터(67년 6월) 등도 비슷한 시기에 진출했다.
유럽계의 진출은 이보다 늦어 70년대 들어 설립된 씨멘스코리아(71년 10월)와 필립스전자(76년 1월)가 초창기 업체에 속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 전자산업의 기반이 허약해 미국과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하지는 못했으며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90년대 초반을 전후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 시기 국내 PC시장이 급속히 확대된데다 91년 7월 유통시장이 개방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IBM과 휴렛패커드(HP) 등 중대형 컴퓨터업체와 일부 반도체업체를 제외하고는 현재 활동중인 대부분의 미국 및 유럽계 다국적 기업은 90년 이후나 그 직전에 설립된 업체로 집계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컴퓨터·소프트웨어의 경우 60년대 IBM에 이어 71년 유니시스, 84년 휴렛패커드, 89년 NCR와 컴퓨터어소시에이츠·오라클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기업들은 모두 90년대 이후 진출했다.
이때 진출한 대표적인 업체들이 로터스 디벨로프먼트·마이크로소프트·퀀텀·노벨·컴팩·델 등이다.
90년대 이전 진출기업들이 주로 세계적인 중대형 컴퓨터업체라면 그 이후 진출한 업체들은 PC 관련업체라는 점이 특징인데 이는 세계 컴퓨터 시장이 분산처리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중대형 제품이 쇠퇴하고 PC가 부상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엔 이 분야 다국적 기업들의 대부분이 인터넷 관련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분야의 유럽계 업체로는 95년 독일 SAP가 국내 진출해 설립한 SAP코리아가 눈에 뛴다.
정보통신 분야도 87년 12월 설립된 AT&T코리아를 제외하고는 주요 다국적 기업 대부분이 90년대 들어 설립됐다.
이런 가운데 유럽계도 스웨덴에 본사를 둔 에릭슨이 91년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92년 BT, 93년 노던텔레컴이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가전분야에선 미국계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고 유럽계인 필립스전자의 활동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지난 76년 설립된 이 회사는 82년 의료·조명사업을 거쳐 85년에 소형가전 부문에 진출한 후 8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전 분야에 진출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모토로라코리아가 67년 설립돼 활동을 시작한 이후 TI코리아와 LSI로직코리아가 각각 77년과 87년에 설립되는 등 다른 전자산업 분야에 비해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일찍부터 활기를 띠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