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반도체업계에 인수합병(M &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몸집 불리기를 위한 M &A 열풍은 국내 부품·반도체업체는 물론 외국업체까지 가세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상위업체만이 살아남는 상황에 이르면서 기업들이 M &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M &A는 하반기에도 더욱 붐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황과 특징
국내 부품·반도체업체들의 M &A는 굵직굵직한 것만 해도 올들어 9월 초까지 10여건을 웃돈다.
다른 정보기술(IT)업계와 달리 M &A가 1년에 두세번 나올까 말까하는 이 업종의 특성상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최근 이뤄진 M &A의 특징을 보면 경쟁업체 또는 연관업체의 통합이 두드러진다. 사업역량을 다지고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세불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반도체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2개월의 물밑작업을 거쳐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공정장비업체인 아펙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화합물반도체업체인 나리지*온은 역점사업인 광통신모듈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광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한국고덴시를 전격 인수했다. 이 회사는 특히 거래소 상장업체인 한국고덴시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반도체 웨트(wet)공정용 장비업체인 한양트레이딩·한양하이테크·ISTC 등 3사는 불필요한 경쟁방지를 위해 이달 1일자로 통합해 에이치아이티(대표 강원규·김규환)라는 신설법인으로 새출발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인 큐엔텍코리아는 최근 신생 PCB업체인 유로써키트를 인수, 경영권을 확대했다. 큐엔텍코리아는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빌드업기판과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생산하는 유로써키트의 인수를 계기로 이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다.
알루코·필코전자·한국기술투자 등 3개사로 구성된 알루코 컨소시엄은 워크아웃 상태인 대우전자부품을 인수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중이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생산업체인 3R는 최근 중국에서의 전력·통신사업 확대를 위해 전선보호주름관 생산업체 원영실업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밖에 로커스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규소강판 코어 전문업체인 코아텍을 전격 인수했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부품업체를 인수하려는 외국업체들의 행보 또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알카텔의 자회사인 프랑스 케이블렉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케이블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 대표적인 전선업체인 대성전선을 인수했다. 미국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업체인 MEMC는 최근 한국에서 실리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포항제철과 합작, 설립한 포스코휼스의 포철 지분 40%를 인수해 총 지분 80%의 자회사로 완전히 편입했다.
강원규 에이치아이티 사장은 『동종업체 3개사의 합병을 통해 각사가 보유한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첨단장비의 개발속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망
부품·반도체업계에 부는 M &A 붐은 하반기에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M &A가 하반기들어 부쩍 많아졌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지금처럼 과당경쟁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품·반도체업체들은 새로운 경영환경에 맞게 몸집을 불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아펙스를 인수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기술보완과 고급인력의 충원 때문』이라며 『막대한 연구개발비에 대한 중복투자를 피하는 것은 물론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세계적인 화학증착(CVD)장비업체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M &A에 대해 업계의 전반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이뤄진 M &A가 대체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계 한쪽에서는 『M &A 가운데 일부는 자금경색 등에 따른 수동적인 통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자금시장이 풀리면 자체 사업역량의 강화보다는 사업과 동떨어진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라며 전문기업들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행태를 뒤따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