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상거래 조세 감면

다진정보통신 황보열 사장

최근 전자상거래(EC) 관련 조세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국내 조세정책의 문제점을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EC세제 지원방안과 관련, 국회의원들의 부가가치세 인하 주장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세계기구나 각국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조세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견해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인하는 국경을 초월한 사이버 상거래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조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 EC환경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부문의 경쟁력과 함께 조세관할권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재화의 수입국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는 부가가치세 인하·면세 주장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를 수출하는 사업자에 영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소비지국가 과세원칙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조세형평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이미 OECD에서는 전자상거래 조세원칙을 발표하면서 전통적 상거래와 EC의 세금은 차별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EC에 한해서만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것은 국제적 동향에 어긋나는 것이다. EC 조세시스템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국내 문제를 짚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 현재 각국의 정책동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특히 과세관할권에 대한 논의가 많이 제기됐다. 인터넷 EC에서 국가가 관여하는 주요 영역 가운데 하나가 과세관할권(tax jurisdiction)이다. 지난 97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지구촌 EC 기본원칙을 발표하면서 EC관련 신규 세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EU회원국들은 미국의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국에 유리하도록 조세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눈치작전을 벌여왔다. 논쟁의 핵심은 소비세 관할권이 쇼핑몰 사업자가 속한 국가에 있는지, 아니면 소비자가 있는 국가에 귀속되는지 여부였다.

결국 소비세 조세관할권 문제는 지난 98년 10월 캐나다 오타와 OECD 각료회의에서 소비지국가에 있다는 원칙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바통은 OECD로 넘어가 산하 재정위원회·워킹그룹·기술자문그룹 등에서 활발한 연구작업을 진행중이며 곧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은 내국세 측면에서 인터넷 접속세의 영구적인 부과금지, 전자 전송재화에 대한 5년간 과세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 조세정책의 특징은 매출세(sales tax)가 주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명확히 할 대목은 이는 미국내 문제에 한정될 뿐 국제조세는 OECD 원칙에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EU는 역내 공정경쟁기반 조성을 기조로 EC 세제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의 최근 정책은 역내에서 소비되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되, 역외 소비자에 대한 매출은 EU의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향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터넷업체가 디지털재화를 EU에 수출할때 이에 상응하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OECD 회원국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EU의 위상을 고려할때 이같은 정책방향은 OECD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EC환경에서 재화와 용역의 공급자 위치에 있는 미국과 수요자 성격이 짙은 유럽은 견해가 상충되기도 한다. 특히 EU는 부가가치세가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조세정책에 적극적이다. 반면 미국은 소득세가 주된 세원으로 소비세 장벽을 낮추는 것이 자국의 세수확보에도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EC환경에서 유럽과 유사한 소비자적 입장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EU·미국 등 경제권역별로 공동 대응책을 마련중인 추세임을 감안할때 한국도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 공조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실제 EC 거래에 대한 조세시스템을 작동해보는 것도 한 예다. 또 국내 독자적인 조세시스템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절한 대응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