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마켓의 자리매김

일부 e마켓플레이스의 파행운영이 국내 전자상거래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관련 산업분야 경험이 전무한 컨설턴트 출신이 주도해온 한 외국계 섬유 e마켓플레이스는 얼마전 국내 벤처캐피털로부터 490만달러를 끌어들인 뒤부터는 별다른 거래활동 없이 방치된 상태다. 국내 대기업 수입육 유통사업부가 실세 주주사로 참여중인 한 축산물 e마켓플레이스는 해당 대기업 수입물량이 전체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거래선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3시장에 등록까지 돼 있는 한 중장비 e마켓플레이스는 거래물건을 자사 오프라인거래선를 통해 임의로 처리해 버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굴착기 수출거래실적을 언론에 허위유포하는 대담함(?)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국내 자금시장 경색과 실물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페트로마켓·비투비미트 등과 같은 몇몇 부실 e마켓이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며 연말까지 청산작업에 들어갈 e마켓 운영업체도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중개자라는 e마켓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직무유기」는 외부자금 유치를 위한 포장과 자사제품 거래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e마켓이 악용되는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 결국 관련업계로부터 「진정한 장터」로서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e마켓의 파행운영이 국내 전체 B2B업계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며 『제조업체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e마켓플레이스로서는 일선 오프라인의 「입소문」보다 무서운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마켓 운영을 통해 해당업체가 이윤을 내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한탕주의식 운영만 일삼는다면 가뜩이나 기존 거래의 온라인화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선 제조업체에 외면만 당할 뿐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의 생명은 투명성에 있다. 건전하고 신실(信實)한 운영을 통해 사이버거래의 책무를 다할 때, 비로소 e마켓플레이스는 우리 경제에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