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추계컴덱스2000이 열리는 샌즈 엑스포관. 이곳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이 몰려있다. 국가관에 속해 있는 업체들은 자기 나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관 주변에선 좀 색다른 모습이 보였다. 미국 여성들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 설문조사 방법은 일대일 문답식으로 이루어졌으나 일반적으로 설문응답자에게 주는 조그만한 선물도 주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이상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설문내용이다. 응답자가 보기에는 설문작성자가 추계컴덱스를 실시하고 있는 기관이 조사를 하는 것처럼 「관람설문조사」라고 적혀 있으나 그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관람제품의 품질, 디자인, 혁신성, 신뢰도, 구매의사 등 6개 문항을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영국, 한국, 독일 등 8개 나라별로 「상당히 우수하다」 「우수하다」 「보통이다」 「나쁘다」 「상당히 나쁘다」 등의 항목에 표기하도록 했다.
잠깐동안 조사원 옆에서 조사에 응하는 관람객들의 태도를 관찰한 결과 응답자들은 이 설문조사가 행사 주관기관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조사는 행사 주관기관이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만의 무역관련 기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조사원들이 설문이 완료된 용지를 수시로 대만관 운영기관으로 가져다 주고 있었던 것이다.
대만관 운영자들은 왜 관람객들을 속이면서까지 그런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을까. 조사기관에 대한 응답자들의 편견을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응답자들의 보다 솔직한 의견을 조사함으로써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얻어보자는 의도로 생각됐다. 자신들의 제품이 외국인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자신이 느끼는 바를 서슴없이 체크하는 것을 보면서 이에 확신을 가졌다. 물론 대만관 운영기관이 의도적으로 응답자에게 설문의도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람객들로부터 받은 제대로 된 평가를 제품개발이나 기술개발에 활용하려는 그 의도는, 조금만 좋은 평가를 받아도 호들갑을 떠는 우리업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